[안과 밖]굿뉴스, 배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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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밖]굿뉴스, 배드뉴스

“돼지가 다 크는데 30퍼센트 더 오래 걸리면 어때요? 30퍼센트 더 기다리면 되는 거지.” (『굿뉴스』305쪽) “우리 양계장들은 다 난리납니다.” (EU 요구와 관련한 대한양계협회 회장 멘트. MBC 뉴스데스크)

  • 승인 2007-07-25 00:00
  • 신문게재 2007-07-26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돼지들은 쇠로 된 헛간이나 외양간 같은 간이건물에 채워져 눕지 못하도록 쇠사슬로 묶인 채 산다. …닭의 부리를 태워버리고 날개를 횃대에 못박아놓고 닭똥과 닭 사체를 먹여가며 키우는 것일까.

위 인용 부분은 데이비드 스즈키와 홀리 드레슬의 『굿뉴스』인데, 좋은 소식인가 싶더니 읽는 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비좁은 공간에 갇혀 있는 돼지에서 흔히 나타나는 설사병을 억제하고 돼지의 체중을 늘리기 위해 사용되는 (발암물질인) 카보독스라는 약물이 있다.’ 가령 이런 구절에서다.

왜 굿뉴스인가. 희생과 금욕으로 무장한 다분히 환경주의 시각임을 이해하더라도 우리 형편에선 제목부터 심히 거슬린다. 하긴, 닭고기와 햄버거를 먹을 때 식중독균을 염려하지 않는다면 굿뉴스 아니겠는가.

하지만 우리 앞의 상황은 점점 배드뉴스로 화한다. 미국산 쇠고기가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간다고 아우성이다. 한국 밥상 평정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고 보면 한우 판매량이 뚜렷이 줄지 않은 게 도리어 불안할 지경이다.

대신에 돼지고기 삼겹살 판매가 줄어드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삼겹살 먹을 돈이면 미국산 쇠고기 먹자는 소비심리가 작용한 것이리라. 삼겹살도 수입 물량의 70%가 미국산인데, 미국산끼리 쇠고기와 돼지고기가 다투게 생겼다. 우리 축산농가에 자유무역협정(FTA)의 그림자가 너무 일찍 드리워졌다.

거듭 말하지만 우리에겐 배드뉴스다. 돼지를 한 카운티마다 사람 숫자보다 많은 230만 마리나 키우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그곳이라면 모를까. 동물복지 개념까지 도입되면 장차 어떻게 대응할지 아득해진다.

신선한 먹이, 안락한 쉼터, 운동공간 확보로 동물을 좋은 환경에서 스트레스 주지 말고 잘 키우자는 것이 동물복지다. 먹을거리로 삼을 사람에게나 본래의 가치를 지닌 생명체인 동물에게나 좋지만 이상적인 얘기다. 머잖아 복지마크가 시중을 휩쓸 때면 축산농가의 복지가 걱정이다. 유럽연합(EU)은 FTA 협상에서 한술 더 떠 닭 한 마리당 닭장 넓이를 23㎠에서 33㎠로 늘리라고 요구한다. 닭이 운동해야 건강한 달걀과 닭고기를 얻는단다.

다시 ‘굿뉴스’다. 구식 방법에서 멀어질수록 농장일은 정말 더러운 것이 되며(303쪽) 유기농법을 도입하면 광우병이나 구제역 같은 질병 걱정은 없앨 수 있다는 것.(313쪽) 혁명이든 개량이든 돈 없이는 엿장수 마음대로 안 되기에 영세한 우리 축산농가엔 안타깝게도 굿뉴스 아닌 배드뉴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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