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 밖]사랑방 선수와 문간방 손님

  • 오피니언
  • 문화칼럼

[안과 밖]사랑방 선수와 문간방 손님

손님 가운데 손님(賓中賓), 손님 가운데 주인(賓中主), 주인 가운데 손님(主中賓), 주인 가운데 주인(主中主). 당신은 어떤 주인이신가요?

  • 승인 2007-09-13 00:00
  • 신문게재 2007-09-14 21면
  • 최충식 논설위원최충식 논설위원
안방마님은 살림의 실권을 가진 마님을 말한다. 집 안채에 붙어 안주인이 주로 거처하는 방이 안방이고 바깥양반이 거처하는 방이 사랑방이다. 자기 남편을 남 앞에 “사랑(舍廊.斜廊)”으로 높여 부르기도 했다. 대문간 옆의 문간방에는 사랑방과 달리 격이 조금 낮은 손님을 들인다. 부부가 각방 썼던 것은 아니다. 안방은 밤이면 침실이니까.

개념 정리는 이 정도로 하고….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 토론에서 유시민씨가 손학규씨에게 "사랑방 손님이 아닌 문간방 손님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손씨의 ‘한나라당 의식(意識)`을 들추는 이해찬씨도 “정동영 후보가 사랑방 손님으로 초청했는지 몰라도 문간방 손님으로 느껴진다”고 날을 세운다.

이 같은 손학규 때리기는 한나라당 3등이 신당 1등을 마크, 바깥주인 행세를 하며 자리를 위협하는 데 대한 정체성 내지 적통성 시비였다. “마지막까지 열린우리당에 뭉개고 있던 분들”이 사랑방 주인 행세한다는 말(정동영)도, “왜 내가 손님이냐”따지는 품(손학규)도 어쩐지 오종종해 보인다.

내가 손씨라면 이렇게 말하겠다. 사랑방을 집안 어른이 꿰차야 한다는 케케묵은 풍수 인테리어는 당신들 다 가져. 어디 자개장 놓고 재력 과시할 테면 해보라지. 그러면서 문간방을 다용도의 멀티 유스(multi use) 공간으로 리모델링한다. 집을 “집 우(宇)”, “집 주(宙)”로 읽히는 실속 있는 ‘우주`로 만드는 것이다.

말은 계속된다. 양반님네들 내 말 들어보소. 방랑 김삿갓이 죽장 짚고 삼천리 방방곡곡에서 무일푼 배낭여행 즐기던 비결을 알기나 해? 글을 잘 지어서? 안방마님을 꼬여? No(아냐)! 열두대문 문간방에만 들었기 때문이지. 사랑방? 그래, 나 문간방 머슴이다. 어쩔래? 하고 일갈하는 거다. 내가 손님이냐 네가 주인이냐, 서로 ‘아이스께끼`하느니, 더 주인다워 보이게.

속으로는 이렇게 다짐한다. 당신들을 곧 행랑아범.어멈 만들어 행랑채, 아니 창고방 쓰게 할 테야. 행랑채 후보들이야. 히히. 그러면서 안방과 사랑방을 접수할 궁리는 내심에 꼭꼭 숨기는 게 좋다.

이게 바로 지금 돌아가는 영화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방식 아니겠는가. 사랑방이 신혼방 되는 그날까지! 그러면 국민들은 공짜로 유쾌한 코미디 영화 한 편 보는 셈 아니겠는가. 주인으로 느끼든 객으로 느끼든, 사랑방에 모시든 문간방에 들이든 그건 배우(후보)들의 자유다. 한 정당의 가계, 가문, 가통 자랑에 울고 웃는 것은 오로지 관객(국민)의 자유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