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2023-08-29
평소 읽고 싶었지만 미루어 놓았던 책을 꺼내 읽다가 한 문장에 눈길이 멎었다. "플라타너스와, 꽃이 만발한 분수와, 그 언저리의 돌로 만든 긴 의자들, 저녁에 지팡이에 기대고 앉아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 노인들의 모습이 오랜 세월에 걸쳐, 수백 년에 걸쳐 거듭거듭 되풀이..
2023-08-22
죽음과 대면할 때 사람은 겸손해진다. 사실 내일 우리의 삶이 어찌 될지 모르기에 말이다. 내일은 우리의 시간이 아니다, 우리의 시간은 오직 현재뿐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오늘 하루는 죽음 직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처럼 죽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깝게 우리..
2023-08-15
우리나라의 기성세대는 과거 그들이 성취한 업적에 대해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1960년대 이래 우리는 엄청난 성과를 거두었고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실 단군 이래 한민족이 이렇게 잘살아 본 적이 없고, 국제적으로도 이렇게 큰 영향력을 가져 본 때가 없었다. 발전..
2023-08-08
뜨거운 태양 아래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간절해지는 시기이다. 태양이 내뿜는 강렬한 열기가 숨 쉴 틈조차 주지 않으며 온통 뜨거움으로 가득한 요즘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장마로 인해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다. 남서쪽에서 유입되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
2023-08-01
며칠 전 다녀 온 제주 출장 중에 육지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다가 '전기충격기를 휴대하고 탑승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보았다. 예를 들면 이라는 문구와 함께 모델명까지 나열되어 있었다. 전기충격기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
2023-07-25
중견 기업의 팀장인 K! 그래! 일상의 피곤함을 수고로 강제하는 하루 살기의 시작이다. 오늘 발표할 프로젝트 사전 점검을 위해 설친 잠을 뿌리치며, 아내가 차려준 '고등어조림'에 얕은 밥을 끝낸다. 옷에 맞춰 밤색 구두를 신고 아파트 앞 정류장에서 버스에 오르니 '후쿠..
2023-07-18
우리는 현재 지질학적으로 '신생대 제4기 홀로세' 시대에 살고 있다. 이는 1만 17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이후의 지질시대로, 2008년에 지정되었다. 그런데 최근 오존홀 등 인간이 만들어 낸 물질이 지구 환경에 불가역적인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발견을 시작으..
2023-07-11
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나고 습도까지 높아서 여름 나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자꾸 시원한 냉면이 생각나는 것은 물론 더위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더위를 식혀 주는 시원한 음식인 냉면을 여름철 보양식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같다. 더우니까 시원한..
2023-07-04
100세 시대! 시성(詩聖) 두보는 그의 시에서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하여 인간의 수명은 칠십 세를 넘기기가 매우 드물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사는 갈마아파트에는 1980세대 가운데 100세를 넘게 사시는 분들이 여덟 분이나 계십니다. 이른바 '인생칠..
2023-06-27
우리나라에서 출산율이 낮은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여 년 전부터 예견되었던 문제이다. 그런데 국가가 그 문제를 뒤늦게 인지하였고, 인지한 후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앙정부 차원..
2023-06-20
지구온난화가 심화함에 따라 폭염, 열대야, 호우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폭염의 사전적 정의는 '매우 심한 더위'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날을 폭염일이라고 한다. 한반도에 폭염을 발생시키는 기단은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이다. 장마..
2023-06-13
얼마 전 한밭문화마당에서 열린 책 출판기념모임에 참석했다. '기분만 좋으면 된다'의 저자를 모시고 지역 여성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조촐한 모임이었다. 책 제목이 '기분이 좋으면 된다'가 아니라 '기분만 좋으면 된다'로 '기분만'에 방점을 둔 게 참 의아했다. 요즘 사회..
2023-06-06
오랜만의 긴 출장으로 방문한 호주에서 우리의 국력이 커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멜버른에서 한식당을 찾다 발견한 짜장면, 짬뽕과 비빔밥, 제육볶음을 같이 파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은 중국인 젊은 여성들이었다. '리틀 라멘 바'라는 이름의 일본 라멘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2023-05-30
5월의 어느 날. 92세의 어른이(어른+어린이) 마음에도 즐기고픈 기대감이 솟아나셨나보다. 머리를 손질하고 싶다 하여 어머니의 단골 미장원에 모시고 갔다. 하이-톤의 원장 선생님, "아이! 할머니 누구에게 예쁘게 보이시려고 오셨어요! 누군지 궁금하네요. 두 번째 의자에..
2023-05-23
그림을 가르치다 보면 불쑥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난감한 질문이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 자체도 정의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얼마나 걸릴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림을 잘 그리려면 아마도..
2023-05-09
2025년부터 대학에 대한 정부의 예산지원방식이 크게 바뀐다. 종전에는 교육부가 직접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대학에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해 대학은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새로운 상황에 직면했다...
2023-05-02
영화 '핸드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에서 모든 일상을 핸드폰에 의존하는 주인공은 아침 7시에 핸드폰 알람으로 잠에서 깨고, 핸드폰으로 날씨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날씨를 확인하는 것은 이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은 아니..
2023-04-25
우리는 '이대로는 안 되지'하며 미루고 깜박 잊은 일로 뒤엉킨 일상의 흔적을 만들며 살아간다. 별 것 아닌 일로 마음을 다친 친척과 '차 한 잔하기', 매일 실천하기로 마음먹은 아파트 계단 오르기, 언젠가 가족들과 먹으려 구입했던 냉장고 속의 미발령 포항문어, 내년 아..
2023-04-18
최근에 싱글맘인 후배가 갑자기 한달간 입원하게 되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대전으로 이사하던 날 배가 심하게 아파 병원에 가니 바로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중학생 어린 딸을 둔 엄마로써 이런 돌발 상황에 얼마나 난감하였을까? 원가족은 대전 가까이에 살지..
2023-04-04
남편이 청소를 한다고 욕실에 들어가더니 한참 있다가 무심한 표정으로 들어와 보라고 한다. 이렇게 아무 일도 아닌 듯 이야기할 때에는 무언가 자랑할 일이 있을 때이다. 들어가 보니 샤워 부스 칸막이 유리를 반짝반짝 광이 나도록 닦아 놓았다. 그동안 비눗물 자국, 오래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