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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 수필가 |
산전수전 다 겪은 솔로몬은 인생의 말년에 자신이 지나온 오욕(五慾)의 세월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그러나 솔로몬은 우리가 볼 때 모든 것을 다 누린 사람이지 아니한가? 그런 그가 말년에 모든 것이 헛되다고 말했던 것이다. 4년 전 교회 교우로 만난 박종원 집사님, 그녀를 1년 전 하늘로 떠나보냈다. 3년이라는 시간 속에 그녀와의 만남을 떠올려본다. 희귀암으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암과의 전쟁을 통해 그녀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녀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살아가며 연장된 3년의 시간을 보내며 늘 감사를 노래했다. 고통 속에서도 감사, 감사로 모든 고통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았기에 함께했던 시간들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감사로 채워진 은혜의 시간들을 이렇게 말했다.
"살아있는 것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이 모든 것이 주님의 은혜이며 많은 중보자들의 기도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덤으로 주어진 이 삶에 사나 죽으나 오직 주님의 영광만을 위해 살려 합니다, 말씀과 기도에 전몰하여 믿음으로 순종하며 언제나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기를 소망 합니다. 사명이 축복임을 기억하며 감사와 기쁨으로 감당하길 소망합니다." 그녀가 남긴 교회 기도학교 간증책에 게재된 글이다.
강력한 믿음과 치유에 대한 확신을 같고 그녀는 늘 감사, 감사를 고백하였다. 3차례 입원해서 수술, 퇴원까지 그 어느 것 하나도 부족함이 없이 매일 기적 같은 일들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했다. 두 번째 수술실 침대에서 중환자실 침대로 옮길 때 살이 낱낱이 찢겨 날아가는 것처럼, 마치 폭탄이 배에 떨어지는 듯한 통증이 두려웠는데, 두 번째 수술 후, 수술 부위의 통증이 없어 자신의 배를 만져볼 정도의 신기한 체험을 했다고, 또 중환자실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일반 병실로 오게 되었고, 통증도 거의 없다며 전화 통화까지 흥분한 목소리로 통화하며 하나님과 동행하고 있음에 감사했다. 하지만 못된 암은 집사님 몸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호스피스 병동에서도 예배를 사모하고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끝까지 전도하며 환한 미소로 고통 없는 곳인 하나님 품으로 가기 위해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생의 끝자락이 가까이 오면 하나님께서는 내게 무엇을 물어볼까? 그것은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고유한 '사명'이 아닐까?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공통의 사명은 '사랑하라'일 것이다. 그녀를 잃고 1주기를 맞는다. 8월 20일 고인이 된 그녀를 기억하며 추도예배를 드렸던 것이다.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생각해본다. 그 답은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하나님의 사람 토저(A.W.Tozer)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하나님께 어떻게 고백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삶이 결정된다고 했다. 지금 여기까지 인도하시고, 지금 이 시간에도 나와 함께 하시기에 하나님의 은혜로 숨 쉬고, 하나님 은혜로 살아가고 있다. 지천명의 삶을 살아가며 남은 삶을 원망과 불평이 아니라, 하나님 은혜에 감사로 바꿔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잘 사는 삶일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언제나 아슬아슬하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회와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늘 길을 헤맬 수밖에 없고, 아무리 헤매도 길을 찾지 못해 그저 서서 울 수밖에 없는 순간도 찾아온다, 그러나 그럼에도 삶이 아름다운 건, 하루하루 주어진 삶에 감사하며 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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