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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향기 대전창조미술협회 회장 |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그림 강의를 해오고 있다. 그동안 강의는 다양한 장소와 대상, 방법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수강 대상과 장소, 방법들이 각기 다르다고 하더라도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가르치는 일이 가져다 주는 즐거움과 보람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전시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니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작품활동과 다른 종류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일은 자신의 작품활동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수업을 하다 보면 가르치는 일은 배우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일방적으로 주는 일 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던 해석이나 감정의 표현을 하는 학생들도 있고, 대상을 표현하는 방법도 나름의 독특한 시각을 통하여 나와는 다른 표현방법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특히 그림은 수학문제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과는 달리 맞고 틀리고를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좋고 나쁨은 있을 수 있지만 맞고 틀리고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예술 분야 교육에서는 늘 고민스러운 문제이기도 하지만 매력이기도 하다. 또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양방향적인 역동적 과정이다. 수강생들과 함께 작업하고, 토의도 하고, 함께 그린 것을 비교도 해보고 전시를 하는 등 일반적인 지식의 가르침과 배움의 관계와는 다른 특성이 있는 것이 그림 수업이 이루어지는 교실의 독특한 분위기일 것이다. 물론 그림 수업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대부분 가르치고 배운다는 것은 일방향적인 것은 아닌 경우가 많을 것이다. 가르치는 일이 배우는 일을 수반한다는 것은 수업준비과정에서 우선 경험하게 된다. 즉, 가르치기 위해서는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므로 가르친다는 것은 스스로 공부하는 과정을 갖게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수업하는 과정에서 서로 토의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배우는 사람뿐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도 새롭게 깨닫게 되는 일들도 많다는 점이다. 가르치는 일이 곧 배우는 일이라는 것을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er)라는 분은 이렇게 이야기하였다고 한다. "우리는 배웁니다/ 글로 읽을 때는 10%를/ 말로 들을 때는 20%를 / 눈으로 볼 때는 30%를 /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때는 50%를 / 다른 사람과 토론할 때는 70%를 / 몸소 경험할 때는 80%를 /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때는 95%를" 공감이 가는 말이다. 그런데 일상 생활에서도 이런 가르침과 배움의 양방향적인 관계가 늘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의 원로들은 젊은이들에게 전통과 역사, 그리고 문화 등 많은 것을 가르치면서도 한편으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문화와 기술을 배우고, 직장의 상사는 신입직원에게 업무를 가르치지만 신입직원의 창의적이고 발랄한 새로운 생각들로부터 배우며, 부모는 자녀들을 가르치고 양육하지만 자녀들의 가치관과 생각들로부터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점들을 배우는 노력을 한다면 우리가 보다 열린 사회를 갖게 되지 않을까, 보다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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