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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일 북 칼럼리스트 |
삶이란 식탁에서 빈 그릇을 치우고 행주로 닦아내는 일에 난 왜 그리 게으르고, 무능할까. 어쩌면 지극히 제한적이고 유한한 나의 삶의 공간에 너무나 많은 일, 관계, 물건을 끌어안기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여전히 '아직 찾아지지 않은 이유(Unsought Reason)'들이 내 삶의 컨트롤키를 잃어버린 채 헤매고 있다.
그렇다. 우리네 삶은 예측불허, 좌충우돌의 연속이기에 일상에서 아직 실천하지 못한 원인을 '내가 내 삶에 가한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예는 흔치 않다.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납득시키기란 쉽지 않고 스스로 납득하는 것은 더 어렵다. 한편 자신의 삶을 제대로 관리할 줄 모르는 무지의 귀결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와 타인과의 관계가 가한 우울한 허무, 유전자 조작 식품, 철을 잃어버린 기후변화' 등, '남 탓'으로 돌리게 된다. 그렇지만 '삶을 다스리는 주인은 나이며 그 방법을 찾는 자' '나'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은 옳게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뭔가를 이루겠다는 일념으로 애쓰는 일을 '함'이라 부르는데 이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으면서도 습관이 되어 자신에게 익숙해졌다는 이유만으로 그 일을 열심히 하는 걸 뜻한다. 이와는 상대적으로 '함을 하지 않음'은 자신은 옳다는 느낌에서 벗어나는 일을 뜻하는데 습관적인 행동에서 벗어나고, 익숙하지 않은 방법을 찾아보고, 나만은 옳게 한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지적을 받아들임, 즉 '습관적으로 행하던 행동의 진행 과정 하나하나에 깨어있음'을 뜻한다.
그러니까 일상 속에서 소소하고 사소한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성숙한 바람의 설계에 이르기까지 삶의 컨트롤키를 새로 만들 때는 반드시 '함을 하지 않음'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건 내 삶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모르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잘못 사용하고 있었음에도 자신만은 옳게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럴 때만이 삶의 과녁을 맞추는 행동으로 인해 늘 목표를 이루지 못해 남을 탓하는 삶에서 벗어나, 과정의 방향성에 시선을 둠으로써 '조금씩 만족하는 삶'으로 날아갈 수 있다.
이 때 허언(虛言)으로 들릴지도 모르는 '미루기의 속살'을 한 번 만져보자. 우리는 미처 행하지 못한 일을 자신의 게으름이나 집중력 부족으로 여기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미루기는 아름다운 것, 인내와 동등한 것, 놀랍게도 우리 안에 이미 존재하는 진짜 삶의 존재 방식을 드러내 주는 힘'이라 여기며 진언(盡言)으로 받아들이면 어떨까. 이 때 "미루기는 미적거리는 자기 마음의 학생이 되도록, 노력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두려운지 배우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가장 취약한 부분까지 동원함으로써 결과물이 순간만 해결하고 지나가는 표면적인 것이 아닌, 생생하고 전체가 되게끔 하는 것이다." 이 때 '행함은 미루기다'라는 아이러니는 삶을 추동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오월! 떨어져 있던 이들에게 미루며, 미처 행하지 못했던 감사의 선물을 드리는 계절이다. 아무리 마음은 깊고 넓게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조금씩이나마 함을 하지 않음의 실천자'가 되어보자. '조금'이라고 부끄러워 말자. '조금'이라고 했지만 사실 삶의 조촐한 변화는 '조금씩이나마'가 사실 중요하다. '조금씩이나마 함을 하지 않음의 미루기'는 우리 모두에게 '크기'에 관계없이 '좋은 삶의 풍경'으로 다가오고 있는 오월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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