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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희 고령사회를이롭게하는대전여성 공동대표 |
모임에서 저자의 첫 질문은 '기분이 언제 좋으신가요?'였는데 답이 난감했다. 그간 어떤 때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내 기분상태에 촉수를 세우지 않고 살아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의무와 책임을 강조하는 뿌리 깊은 가부장적 문화와 경쟁사회에서 살아왔으니 내 기분의 온도가 무슨 대수랴!. 중·고령 여성이 대부분인 참여자들은 오랜만에 자기 성찰의 질문을 받고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갔다. 아이들이 집을 떠난 후 내 공간이 생겼을 때, 갑천을 따라 산책을 할 때, 신나는 게임 음악을 들을 때, 춤을 출 때, 나만의 글쓰기 작업을 할 때, 강의를 통해 지역주민들을 만날 때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복지표는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기분이 좋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나타낸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SDSN)의 '2022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146개국 중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59번째로 경제수준에 비해 낮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연령별 행복지수가 중년층에서 꺾인 뒤 다시 올라오지 않으며 60대 이상 노년층의 행복지수는 6.05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다고 보고했다. 노년기에는 빈 둥지, 은퇴, 사별과 같은 사건를 겪으면서 관계, 경제력, 질병 그리고 삶의 의미라는 네 가지 영역에서 축소나 상실을 경험한다. 이에 대한 자연스런 반응으로 기분과 기운이 떨어지고 심하면 정서. 정신적인 장애증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변화가 일어나지만 노인에 대한 이미지 또한 호의적이지 않다. 한때 '라떼는 말이야' 또는 '꼰대'라는 말이 유행한 것처럼 젊은이의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말이 통하지 않는 권위적 인물로 각인되어 자칫 기피와 혐오의 대상으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인인권종합보고에 따르면 청년의 80%가 노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를 깨고 어떻게 하면 기분 좋은 신노년의 삶을 살 수 있을까?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게 된 '프랑스에서 무시 받았을 때 반응하는 방법'이라는 2분짜리 짧은 동영상(와인 킹)을 보면 기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유튜버는 프랑스 본느의 식당에서 메뉴판을 툭 던지고 음식에 대한 질문도 무시해버리는 아주 불친절한 직원과 느린(30분 이상은 기본) 서비스를 받는다. 여행기분을 망칠만한데도 여전히 유쾌한 태도로 웃기는 콜 제스쳐를 만들어 직원을 부르고 그 직원은 미소를 지으며 남보다 빠른 서비스와 무료서비스(달팽이 요리 6개)를 제공한다. 그의 활기찬 태도는 행복바이러스가 퍼지듯 옆 테이블의 손님의 기분을 Up시키고 식당 전체의 분위기를 밝게 바꾼다.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 옆에 있고 싶어 하고 투덜대는 사람, 우는 소리를 하는 사람, 짜증내는 소리를 하는 사람 옆에는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폰더씨의 하루에서) 기분 좋은 사람이 사람들을 더 끌어당기는 이유는 이러한 행복바이러스의 효과 때문인 것 같다. 행복한 노후(사람)의 세 가지 조건은 변화하는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고, 창의적인 일을 통해 꾸준히 자기 성장에 힘쓰며, 나아가 사회에 기여한다는 전향적 자세를 가지고 노후생활에 임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즉 꾸준한 배움, 일상에서의 즐거움 그리고 능동적인 사회 참여에서 우리의 기분을 끌어내리려는 노년의 중력을 이겨내는 방도를 찾아야 할 것 같다. "기분만 좋으면 된다"는 저자(이장민)는 행복을 결정하는 단 하나는 어떠한 외적인 조건 속에서도 마음속으로 행복하기로 결정하고 매 순간 기분을 좋게 하는 활동이나 생각을 하면 외적인 상황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좋은 기분이 가진 힘이다.
/전숙희 고령사회를이롭게하는대전여성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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