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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일 북 칼럼니스트 |
오전 일과를 마친 후 팀원들과 예약해 둔 '낙지 덮밥'을 먹는 데 부서의 뉴스 메이커 송 대리가 '이런 해산물 들어간 음식 먹어도 돼?' '아 그렇지, 온통 나라가 이 이야기로 들썩이지, 나도 예외가 될 수 없지!' 언제쯤 '귀에 들리는' 껍질의 민낯이 '귀에 들리지 않는' 진실의 속살로 다가올까. 오후 거래처 담당과의 미팅은 또 다른 미완의 협의 사항을 남긴 채, 마치 몇십 년간의 우리나라 정치 마당처럼… 끝난다.
회사를 나와 독립서점에 들러 얼마 전 주문해 두었던 공지영 작가의 <고등어>를 찾아 들곤 바삐 지하철 입구로 빨려 들어간다. 운 좋게 자리를 잡곤 책을 읽다 '어둠을 밝히기 위한 촛불의 언어가 순치된 이성적 접근과 감성적 대응'이란 변증법적인 문장을 만난다. 잠시 눈을 감고 '멍 때리는 순간' 안내 방송에 놀라 내리고선 집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 '상품화된 육신의 다리'를 움직여 '자본의 계단'을 오른다.
급기야 집에 도착해 단단하게 각(角)진 아파트 문을 열고 '고마워 K야 오늘 하루!' 신발을 조용하고 야무지게 벗어 가지런히 놓는다. "빨리 씻고 식사해요. 수요 장터에 싱싱한 오징어가 나와서 데쳤어요. 참 아까 생선가게 아저씨가 말하길 판매량이 반으로 줄었대요. 앞으로 어떻게 해요." "아빠! 오늘 학교에 아이들이 그러는데 앞으로 생선 먹으면 암에 걸려 죽는대요."
결국 오늘 하루가 업무 외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문제로 인한 먹을거리에 관한 '말들의 풍경'이었구나. K씨는 잠들기 전 잠시 인터넷에서 베크벨(Bq), 삼중수소 등 정보 몇 조각 검색하고 잠자리에 들려고 하니 새삼스럽게 베개가 고기잡이배처럼 보인다. 혹, 꿈속에서 말(言)들의 동물원에 갇히지 않을까. 픽션의 '고등어' 바다를 헤엄치지 않을까. 대천 해수욕장의 머드(mud)축제가 워드(word)축제로 바뀌지 않을까.
현실은 삶의 회로가 터질 정도로 복잡한 '완전 소음', '들끓는 잡음', 무엇을 선택적으로 돌보고 표현하고 연결할지 어떻게, 왜 할지 등에 대한 무명(無明)한 말의 폭력으로 꽉 차 있다. 오늘도 일상의 논픽션을 살아내고 있는 K팀장은 허황된 말(言)들이 말(馬)처럼 뛰고, 소통되지 않는 말들로 넘쳐나고, 행복의 지평이 아득해짐을 알면서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난간에 엉거주춤 두려움에 서성거리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국가적 문제는 일상에 '먹을거리에 대한 두려움'을 흩뿌리며 숱한 거짓과 가짜 뉴스들이 들 끊는 계기가 되었다. 자기 뜻과 맘 맞는 사람들과 링크한 듣고 싶은 말만 듣다 보니 '반향실(Echo chamber)'에 갇히게 되고, 그 메아리를 즐기면서 진위에 대한 판단을 덮어버린다, 하여 '대안적 사실'만이 판을 치고 맹목적 적대(敵對)가 가중되다보니, 그것을 이용해 자기 잇속만을 취하는 세력으로 갈라진 시대 속에 K팀장은 난간에 서서 말없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지만 K는 벌써 읽어내고 있다. "옳음을 구하는 자가 도리(道理)는 추구하지 않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구하려 하고, 그름을 제거한다는 자가 잘못 된 것은 배척하지 않고 자신에게 거슬리는 것을 제거하려는 자"임을… 그는 기우뚱거리는 일상(논픽션)의 한 난간에 웅크리고 서서 기다리며 균형 맞춰진 제 3의 길을 꿈(픽션)꾸고 있다.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침묵이 고갈되는 날은 분명 온다. 그 날 K팀장은 "소통할 수 있는 모든 침묵과 침묵할 수 있는 소통"이란 '말들의 잔치'에 배심원으로 참석한 '일상의 옹호자'가 되어 매서운 시대의 심판 봉을 두드릴 것이다. 그 날은 온다!
/김충일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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