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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 |
국립기상과학원에서 발간한 남한 상세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현재(2000∼2019년) 폭염일수는 전국 평균 연간 8.8일이다. 그러나 21세기 후반에 이르면 저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24.2일, 고탄소 시나리오의 경우 70.7일로 지금보다 3∼9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1세기 후반에는 일 최고기온이 40도 이상인 날이 대구를 기준으로 매년 하루 이상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일 최저기온 25도 이상인 열대야 역시 2.8일에서 31.7일로 13배 늘어날 전망인데, 서울을 기준으로는 일 년에 60.9일 발생할 것이 예상된다.
폭염으로 인해 비정상적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 건강, 농축산업, 교통, 에너지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인명과 재산 피해 나타나고 다양한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것이다. 미국 예일대 산림환경대학원 손지영 박사팀은 우리나라 대도시 7곳에서 여름철 기온과 사망자 증가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였고, 폭염이 사흘 정도 지속되면 사망자가 최대 13.5% 늘어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의 하종식 박사는 서울의 1996년부터 2010년까지의 기상과 사망통계 자료를 활용해 '여름철 기온상승의 사망 발생과 기후변화의 영향'을 연구했는데, 역치기온(고령 사망자가 늘어나기 시작하는 기온) 이상에서 일 평균기온 1도 상승은 2.9%의 일 사망자 수 증가를 가져온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폭염 피해는 국민이 폭염에 대해 적응하지 못한 시기에 가장 위협적인데, 이 경우 폭염은 초과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1994년 여름, 부산에는 폭염이 평년보다 약 20일 정도 이른 7월 상순에 나타났는데, 7월의 사망자를 파악해 보니 약 109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하였다. 가축과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강한 일사와 고온 때문에 최근 5년(2017~2021년)간 연평균 398만 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고 한다. 한편, 무더위와 열대야가 지속되면 냉방 수요가 급증하며, 이는 곧 전력 소비 및 수돗물 사용량 증가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폭염 발생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상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여 한낮의 뜨거운 햇볕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며,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환자, 신체 허약자 등은 특히 외출을 삼가야 한다. 그리고 외출 시에는 옷차림은 가볍게 하고, 현기증과 같은 열사병 증상이 나타나면 곧장 시원한 장소로 옮겨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실내에서는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데, 온도를 너무 낮추면 냉방병이 생길 수 있으니 실외와의 온도차를 5도 내외로 유지해야 한다. 냉방이 되지 않는 실내는 햇볕을 차단하고 맞바람이 불도록 환기를 시켜야 한다.
기상청은 실질적인 폭염피해 예방을 위해 5월 15일부터 '체감온도 기반 폭염특보'를 새롭게 마련하여 정식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 단순히 기온만 고려하던 폭염특보를, 습도까지 고려하여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인 체감온도를 기반으로 운영하도록 개선한 것이다. 이로써 실제로 온열질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7~8월에는 폭염특보 발표 횟수가 늘고 상대적으로 6월과 9월에는 발표 횟수가 감소하여, 실효성 높게 폭염 피해 예방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폭염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폭염특보 개선으로 우리 국민이 안전한 일상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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