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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동 기상청장 |
올해 장마철의 특징은 야간에 강하고 많은 비가 내렸다는 것이다. 장마철뿐만 아니라 여름철 비는 야간에 더욱 강해지는 특성이 있는데, 지난해 8월 8일 강남구 116㎜/h, 8월 14일 부여 110.6㎜/h의 기록적인 폭우는 모두 해가 진 뒤에 발생했다. 그렇다면 밤에 비가 많이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인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는 지상으로부터 1~2㎞ 부근에 제트기처럼 빠른 공기의 흐름이 야간에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이 공기의 흐름은 다량의 수증기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며 집중호우를 내리게 한다. 두 번째는 밤이 되면 더 습해져 강수 구름 발달에 유리해진다.
최근 여름철 강수 특성을 보면 장마철이 지난 후에 집중호우가 잦아지는 경향이 있다. 여름철 우리나라 날씨는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에 영향을 받는데, 기후변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 수증기가 더 많이 포함되면서 집중호우의 가능성도 커졌다. 장마철이 아닌 한여름에도 언제든지 야간에 집중호우가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량의 수증기가 야간에 강화된 하층의 공기 흐름과 높아진 습도와 만나 국지적으로 좁은 지역에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을 '야간 게릴라성 호우'라고 한다. 야간에 내리는 국지성 호우는 언제 어느 지역에 내릴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 역시 커지고 있다.
여름철에는 더위를 피해 시원한 골짜기 주변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캠핑 인구가 2020년 689만 명, 2021년에는 7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캠핑 문화가 확산하면서 차 안에서 잠을 자는 캠핑인 차박이 20~30대 사이에서 보편화하고 있고, 차량과 연계해서 텐트를 치는 오토 캠핑도 일반화되었다. 여름철 우중 캠핑은 빗소리의 감성에 젖어 드는 낭만이 있지만, 야간에 집중호우가 내리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요즘엔 유명 캠핑장을 예약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가 되면서, 안전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이는 안전상 위험하며 특히 야간에 내리는 집중호우에 매우 취약하다. 강가나 천변, 다리 밑에서 캠핑을 할 경우, 시간당 30㎜ 이상의 비만 내려도 유량이 순식간에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대처하기가 매우 어렵다. 푹푹 찌는 무더위로 잠이 오지 않는 열대야에 시원한 산골짜기 주변에서 캠핑을 하는 경우도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나 골짜기 범람에 취약하다.
기상청에서는 예보를 통해 사전에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을 국민에게 알리며, 예상치 못한 강수에 대해서도 기상정보, 선제적 호우특보, 기상속보를 통해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캠핑을 간 지역에 갑작스레 비가 내릴 경우 기상청 '날씨알리미' 앱을 통해 최신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강우 강도와 비구름의 이동을 확인할 수 있는 레이더 영상을 참고한다면 안전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변덕스러운 날씨로 인해 여름철 집중호우의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 철저히 대비해야겠으며, 기상청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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