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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호 교수 |
대학운영이 지방자치단체의 현실에 연동되어야 한다는 발상, 즉 대학은 지역사회와 적절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옳은 것이다. 대학은 지역사회로부터 신입생을 유치하고, 교육과 연구를 통해 지역에 과학기술과 지식을 제공하는 한편, 인력을 양성해 지역사회에 배출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은 그동안 대학 자체의 운영에 안주한 나머지 지역 및 국가에 대한 소명, 특히 지역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못했다. 지방대학의 경우 존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지역을 도울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렇다. 우리의 경우 대학교육의 역사가 짧고 역량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대학의 교육과 연구에 지역문제를 과감하게 포함 시킨다면 대학은 지역의 발전에 적지 않게 기여할 수 있다. 사실 대학은 이미 지역사회에 많은 것을 제공하고 있다. 대학은 인재를 양성하여 지역사회에 배출할 뿐만 아니라 대학 운영비 및 연구비, 교직원과 학생들의 생활비가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인구감소로 인해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는 대학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탈피하고 보다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지역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교과서가 아니라 지역사회로부터 교육과 연구의 주제를 발굴하여 연구실과 실험실은 물론 강의실에서 논의해야 한다. 실용적인 주제를 갖고 실효성 있는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지방소멸시대에 대학은 또한 지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도출하는 데에도 기여해야 한다. 아직도 실험단계에 있는 지방자치제도 하에서 지방자치단체가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 지역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여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데, 대학의 역할이 특별히 중요하다.
그동안 지역의 문제는 우리나라 대학교육 및 연구에서 경시되었다. 국가적 과제, 국제적 과제에 비해 지역의 문제는 대학이 관여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대학교육의 역사가 길고 대학의 역량이 큰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그렇지 않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있게 한 스탠퍼드대학, 영국의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의 경우를 보면 지역과 대학이 둘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스탠퍼드대학은 지역에 인재를 배출하여 창업생태계를 활성화하였고, 대학 캠퍼스에 연구단지를 조성하여 세계 굴지의 기업연구소를 유치하였다. 교수들이 지역기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했으며, 기업의 기술적 수요에도 적극적으로 부응하였다. 실리콘밸리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과 같이 부상하였으며 스탠퍼드는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RISE, 즉 지역혁신중점 대학지원체계사업은 대학을 그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이다.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지만, 그 취지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RISE사업이 성공하려면 우선 각 지역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먼저 그 지역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 정립되어야 하고, 그러한 비전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혁신의 주체를 발굴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주체 간의 역할 구조, 즉 거버넌스, 혹은 운영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 운영체계 아래서 다른 혁신주체는 물론, 각 대학에게도 특성에 맞는 역할을 배정해야 하고 그에 필요한 사업과 예산을 제공해야 한다.
우려되는 것은 대학이 지자체에 예속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의 지원예산은 대학운영경비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대학과 지역 간의 상생을 위해 필요한 일이지만 RISE사업이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동호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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