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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희 고령사회를이롭게하는대전여성 공동대표 |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연결되어 있지만 단절이 가장 심해지는 나라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터넷 사용율과 데이터 사용량이 독보적 1위인 초연결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동시에 점차 파편화되는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한국사회지표에 따르면 1인가구가 전체 가구의 33.4%로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전국 501만여 노인가구중 1인 가구 비중은 36.4%, 1세대 가구는 36.2%로 혼자 살거나 부부끼리만 사는 가구형태가 증가하고 있다. 대전시 역시 2022년 1인가구가 37.6%로 3년째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통합지수를 나타내는 항목, '외롭다'(19.2%) 또는 '나를 알지 못한다'(12.6%)로 우리나라 국민 5명중 1명이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고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에서 가장 심하게 느끼는 걸로 나타났다. 장수시대에 청년은 미/비혼, 중년은 이혼, 노년은 사별이라는 경로를 통해 점증하는 솔로족의 출현은 이제 '혼자 살기'는 우리에게 공통적으로 다가오는 잠재적인 삶의 조건이 되어가고 있다.
세상은 앞으로 각자도생의 세상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는 전통적으로 삶의 안전망 역할을 했던 혈연중심의 가족프레임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아직 이를 대체할 안전망을 찾지 못한 우리들의 불안과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지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은 아닐 것이다. 노년의 길목에 들어서면 이런 고민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와 화제의 중심은 자연히 자립의 토대가 되는 건강과 돈으로 집중된다. 그런데 2022년 서울시 1인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의 86%가 혼자 사는 것에 만족했지만 35.9%가 몸이 아프거나 응급할 때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사람들은 혼자 사는 것에 대체로 만족하지만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도움을 청할 지원체계가 없을까 봐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이다. 나홀로족이 점차 증가하는 시대에 혼자 사는 것이 우울감이나 고립감으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근대 가족의 개념을 넘어선 대안적인 친밀성의 지지체계를 정책적으로 또는 공동체의 자력으로 만들어야하는 시점이다.
솔로의 삶을 위한 실험이 각국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는 전주시의 1인가구 네트워크 생활공동체인 '비비'가 손꼽히고 영국 런던의 '뉴 그라운드' 그리고 프랑스 파리의 '바바야가의 집' 등 여성노인을 위한 사회적 주택이 만들어지고 있다. '명랑한 운둔자'의 저자 캐롤라인 냅(Caroline Knapp)은 "고독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배경으로 두고 즐길 때 가장 흡족하고 가장 유익하다"고 말했다. 특히 노년의 관계코어에는 직업상의 인맥이나 SNS 상의 트친 또는 멀리 떨어진 절친이나 원가족보다 30분 이내에 살아 전화 한통이면 만나는 '느슨한 관계'의 지인이 소중해지고 그 속에 젊은 세대가 포함되어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미국 어떤 보험회사에서는 중·고령 고객에게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 두개가 있다. 하나는 '심심하거나 외로울 때 커피를 같이 마실 사람이 가까이에 있나요?'이고 다른 하나는 '집안에 전구가 나갔을 때 도와줄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이란다. 이 간단한 질문에는 혼자 살기를 위한 유용한 통찰이 숨어있다. 내게 이런 친구가 몇 명이 있나? 만약 답이 만족스럽지 못한다면 지금부터 행동에 나서야 할 때이다. 왜냐하면 마음이 맞는 친구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터이니. 다행히도 대전에는 각종 생활시설이 제공하는 다채롭고 저렴한 문화프로그램들이 풍부해 그 곳에서 벗이 될 이웃을 만날 수 있으니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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