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23-04-20
교단만필을 쓰기 전 나의 교직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어느덧 18년 넘게 교직에 몸담으며 담임교사로 인연을 맺은 학생들을 떠올려보니 군 복무 휴직 2년과 교과전담교사 3년을 제외하고 13년 동안 200여 명의 학생들의 담임을 맡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2023-04-13
"선생님, 요즘 학교생활에서 불편한 일이 있는데, 서클로 이야기해 보면 안 되나요?" 우리 반에서 가장 말이 많고, 갈등도 잦았던 남학생이 이렇게 말했을 때, 내심 반가웠다. "선생님, 쟤가요……" "선생님, 얘가 욕했어요." 학생들은 갈등을 힘들어하고 불안해한다. 갈..
2023-04-06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겉옷을 벗기기 위해 대결을 하는 이솝 우화가 있다. 바람이 세차게 불수록 나그네는 외투를 더욱 꽁꽁 움켜쥐었고 해가 따사로운 햇살을 비추었을 때 나그네는 스스로 외투를 벗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이 우화가 마음에 와닿는다. 바람 같은..
2023-03-22
'농사의 시작은 봄이 아니라 겨울부터'라는 말이 있다. 겨울에 땅을 재정비하고 작물을 잘 관리해 두어야 돌아오는 봄에 본격적인 재배를 시작할 수 있어서다. 이처럼 교사에게도 겨울 방학은 단순히 휴식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돌아오는 봄에 만나게 될 학생들을 기다리며 작년..
2023-03-16
봄, 언제 들어도 따뜻하고 싱그러운 단어다. 누군가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해가 시작되고 처음 맞는 계절인 봄은 굳고 단단한 남자의 마음도 말랑말랑 들뜨게 한다. 나뭇가지마다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고 여기저기서 분홍 꽃망울이 팝콘처럼 팡팡 터지면 나도 모르게 마..
2023-03-09
"선생님 괜찮으세요? 울지마세요." 내가 신규교사로서 발령을 받고 3월 2일 교실에 들어선 첫날, 아이들에게 들었던 첫마디는 "안녕하세요?"가 아닌 이런 말이었다. 6학년 40명의 담임이 되어 긴장되지만 부푼 마음을 안고 교실에 드러선 그때에, 남학생들의 몸싸움으로 뒷..
2023-03-02
벌써 4년째 '스스로 더불어', '또래 학습'이라 불리는 수학협력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짝과 함께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수업 형태의 전환, 배움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개별 확인과 질문을 위한 옆 반 선생님과의 코티칭이 핵심이다. 서로 질문하고 답하면서 형성된..
2023-02-23
나는 어느덧 교직생활 8년을 마치고 새로운 학교로 발령을 앞두고 있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평생의 직업으로 하게되리라 생각을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에 새내기 교사 시절 많이 서툴고 낯설었으며 늘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같은학교에 근무하는 선·후배 동료교사를..
2023-02-16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으로 세계가 떠들썩했던 일을 기억하는가? 이날 이후 사람들은 AI가 가진 능력과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우리 삶의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는 AI가 다양한 분야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육..
2023-02-09
'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반을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꿈을 꾸고 도전하며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고 일군 저마다의 성공·성취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노력의 산물이 건강과 맞바꿔..
2023-02-02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 가슴 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
2023-01-26
'교단 만필' 글을 쓰기 위해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나의 교직 생활에 대해 성찰해보자" 라는 결론이 났다. 처음 교단에 선 나는 학생을 올바르게 이끌어가는 교사가 돼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교단에 선지 한 달..
2023-01-19
"아름답지 않네?" 이 문장은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 신분을 숨기고 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어려워하는 학생을 만나 '오일러 공식'을 설명하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감탄하며 말한 대사이다. '아름다운 수학'은 내가 예전부터 학생들..
2023-01-12
"연극을 하고 싶다고?", "뭐 먹고 살려고 그래?" 학창 시절 나의 꿈을 이야기할 때마다 따라붙는 자연스러운 질문을 뒤로하고 누군가에게는 그렇게도 무모한 길을 헤엄치듯이 나아갔다. 경제적 논리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의 꿈은 참 가난해 보였다. 그러..
2023-01-05
육아 휴직 이후 퇴직하기 전까지는 학교 안에서만 교직 생활을 할 줄 알았던 내가 올해 학교 밖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우리 지역, 마을과 마을 속에 있는 학교를 온전히 바라보며 마을교육공동체에 대해 의미 있는 고민을 할 수 있는 충남 마을교육공동체 정책연구, 학습..
2022-12-28
'똑똑똑'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교무실 앞에 서성이다 마침내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 내일 새벽에 행성들이 한 줄로 늘어선대요. 학교에서 망원경으로 관측해요!" 아이들의 갑작스러운 초대에 놀라면서도 기뻤다. '이 아이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과학에 관심이 많았지?' 하는..
2022-12-22
2학기가 시작됐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멈추었던 현장 체험학습이 시작했다. 현장 체험학습 때면 생각나는 아이가 있다. 10여 년 전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을 하고 있었을 때였던 것 같다. 1학기 현장 체험학습 신청서를 받는 데 남학생 1명이 참석하지 않겠다고 불참을..
2022-12-15
"안녕하세요?" "어? 나 알지?"하는 물음에 아이의 눈이 커진다. "나, 블라드 선생님이야."라고 이어진 말에 아이의 눈에는 웃음기가 번지며 이내 반가움이 보인다. 사실 이 학생은 성동초등학교 졸업생으로 초등학교 시절 나와의 인연은 없다. 아이를 보게 된 건 지난 여..
2022-12-08
'효과적인 교육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과 학습을 통해 깨닫게 하는 데 있다'는 존 듀이의 교육관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 및 학업에 대해 고민하고 설계하는 과정을 거듭하며 역량을 키워 결국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을 지원하는 고교학점제와..
2022-12-01
나는 2021년 대전 둔산초등학교에서 국제교육 교류 업무를 맡아 2021 온라인 수업 교류 사업(IVECA)에 참여하였다. 온라인 수업 교류 사업(IVECA)은 대한민국 교육부에서 주최하고 Center for International Virtual Schooling (..
2022-11-30
누군가는 인생이 마라톤이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매일 살아가는 순간마다 "나는 반드시 결승선에 도달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으로 사는 사람이 있을까. 결승선에 닿으면 완벽하게 끝이 나는 마라톤 같은 상황은 사람을 대하는 모든 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선생님으로서 아이들에..
2022-11-16
나의 독서 습관을 1990년대부터 10년 주기로 돌아본다. 1993년 고교생 때는 도서관에서 소설을 대여해 많이 읽었다. 친구에게 문학 소년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수호지 같은 책부터 이상문학사 수상작품집까지 여러 책을 읽었다. 신문 사설이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2022-11-10
"선생님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3학년 담임으로 진로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뻔한 대답이지만 "그럼~ 할 수 있지~!"라고 대답하며 상담이 시작된다. 특성화고등학교에서의 1년은 순식간에 지나간다. 특성화고등학교는 특정 분야 인재 및 전문 직업인..
2022-11-03
다양한 교육 활동을 운영하며, 힘들고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바로 '나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장애 학생과 함께 하는 '장애 공감 교육', 다문화 학생과 함께 하는 '다문화 이해 교육' 등의 활동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2022-10-27
나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생활을 잘 하지 못한 세대다. 대학생 때 코로나 19 상황이 시작돼 2년간 원격 수업과 원격 시험으로 수업이 대체됐다. 사범대 생활의 꽃이라고 불리는 교생실습 또한 원격으로 대체돼 대학 생활 동안 학교 현장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그렇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