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규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
1993년 고교생 때는 도서관에서 소설을 대여해 많이 읽었다.
친구에게 문학 소년이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수호지 같은 책부터 이상문학사 수상작품집까지 여러 책을 읽었다.
신문 사설이 논술에 도움이 된다고 해 신문도 읽었다.
2000년 인터넷 시대가 시작됐지만, 그래도 책을 계속 읽었다.
읽는 책이 소설에서 자기계발서로 바뀌기 시작했다.
2010년이 되어 나의 독서습관은 큰 변곡점을 맞게 된다.
스마트폰을 사게 된 것이다.
읽을 게 너무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볼 게 많았다.
종이책을 읽었을 땐 정독하며 읽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정보를 건너뛰며 읽는 습관이 생겼다.
우리 아이들의 독서습관은 어떨까?
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볼거리가 차고 넘친다.
이러한 환경에서도 독서습관을 잘 형성하고 평생 독서인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학교 독서교육의 중요한 목표다.
문제는 아이들에 따른 독서량의 차이다.
이 점은 학교 교육에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교육청 차원의 정책지원도 선행돼야 한다.
초등 1학년 한글 지도 연수에서 한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독서습관을 길러주는 것이다."
아이마다 독서량 차이가 크니 그것은 학교에서 해야 한다는 말은 올해 독서교육 업무를 맡은 내게 크게 들려왔다.
세종시교육청은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책 읽는 학교를 위한 학교생활 속 독서 활성화, 학교특성에 맞는 자율적 독서 인문 프로그램 개발·운영하는 독서교육 실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인문 책 쓰기 실천단을 운영해 학생이 독자에서 작자로 나아가는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 19 이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프로그램인 읽기 프로젝트, 방과 후 독서 교실인 '북돋움반'도 운영 중이다.
독서와 연계한 현장체험학습을 지원하는 세종독서 인문 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교원의 책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해 서평 나눔 운동도 전개 중이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지도역량 강화를 위한 온라인 실시간 연수도 현재 7개 과정이 동시에 운영되고 있다.
2022년, 바쁜 일상 속에서도 월 1회 독서 소모임을 하고 있다.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눈다.
'아몬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노랜드', '방구석 미술관,' 등.
1년이면 12권이다.
소설 '아몬드'의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뭉클했고, SF소설인 '노랜드'를 읽고는 먼 미래를 상상해 보았다.
독서모임이 아니면 읽지 못할 책이었다.
'파친코'의 첫 페이지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데는 많은 힘이 작용했지만, 그 시대의 시작을 알린 가장 중요한 발전이라면 고대 문헌(그리고 고대 언어)의 재발견과 이에 수반된 연구 기술이었다고 한다.(serious times·제임스 에머리 화이트 저)
우리 아이들은 온갖 볼거리가 많은 디지털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아드 폰테스'(ad fontes·근본으로 돌아가라)라는 기치 아래 고대 텍스트를 읽고 르네상스를 꽃피운 것처럼,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도 책을 재발견해 읽고, 토론하고, 글 쓰는 문화가 꽃피우기를 기대한다.
아드 폰테스! 다시, 읽기로 돌아가자, 그래서 독서로 모두가 특별해지는 황금세대로 불리자.
나의 2020년대 독서습관을 훗날 돌아봤을 때 "음, 그때 우리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두고 많이 읽어나가기 시작했어"라고 회상하기를 기대한다.
2030 독서 르네상스 시대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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