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열 한 살 여자 친구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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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열 한 살 여자 친구를 찾습니다

오주영 한산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2-11-03 16:25
  • 수정 2022-11-03 16:28
  • 신문게재 2022-11-04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서천 오주영 사진
오주영 교사.
다양한 교육 활동을 운영하며, 힘들고 고민스러울 때가 있다. 바로 '나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장애 학생과 함께 하는 '장애 공감 교육', 다문화 학생과 함께 하는 '다문화 이해 교육' 등의 활동을 할 때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에 상처받는 아이가 있지 않을까 정말 조심스럽다. 그렇다고 교육을 안 할 수도 없고, 해당 학생을 빼고 할 수도 없으니 고민에 고민을 더할 수밖에 없다.

4학년 2학기 사회과 '도시와 촌락'은 정말 수업하기 힘든 단원이었다. 도시와 촌락의 특징을 살펴보고, 어려운 점이 발생하는 이유와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생각해 보는 민주 시민 교육에 꼭 필요한 단원이지만, 큰 사회 문제라고 말하는 작아져 가는 마을과 학교가 '우리의 아픔'이기 때문이다.

5명이 한 학급인 우리 반은 담임 교사를 포함한 6명 모두가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왔다. 도시와 촌락에 대해 배우며 우리 모두는 도시의 복잡함에 대한 불편함, 시골로 와서 살게 된 이유, 자연이 주는 무한한 혜택과 한산한 마을에서 누리고 있는 행복함에 대해서 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나도, 아이들도, 작지만 알차고 즐거운 우리 학교와 마을을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도시에 비해서 조금은 초라하게 느껴지는 촌락의 모습과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다행히도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옆 학교 4학년 친구들과 공동교육과정 운영으로 한 달 동안 도시와 촌락 여행 프로젝트 학습을 하며 즐겁게 단원을 마무리하는가 싶었는데, 활동 소감을 이야기하며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초 친구들과 만나서 재미있었는데요, 다음에는 여자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반은 여학생이 1명이어서 늘 아쉬움이 있었는데, 공동교육과정으로 만난 친구들도 남학생만 2명이었다. 두 학교 모두 합쳐도 7명, 그중에 또 홍일점이라니…. 남녀 구분 없이 잘 어울려 신나게 놀기도 하지만, 열 한 살 여학생 마음에 문득문득 아쉬움도 얼마나 컸을까? 프로젝트학습을 준비하면서부터 늘 마음 한 켠에 부족함으로 생각했던 것을 아이들이 직접 이야기하니, 여행 내내 내 손을 꼭 잡고 다녔던 딸 같은 우리 반 홍일점 학생에게 정말 미안하고 마음이 아팠다.

속상한 마음에 다음에는 꼭 여자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서둘러 마무리를 해버렸다. 최선을 다해 준비한 프로젝트 과정에서 한 뼘 더 성장한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보여서 기특하고 보람이 있지만, 한편으로 마음에 또 한 번 상처를 낸 것 같아서 다음에는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 벌써 고민이 된다.

작은 학교를 살려내기 위해 심폐소생술 하는 마음으로 여러 가지 지원과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회를 주고 싶은 교사들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 전체를 살피는 넓은 시야로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교육 활동과 행사도 중요하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나의 아픔'에 상처받고 아물기를 반복하며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도 따뜻한 마음으로 생각해주면 좋겠다.

그나저나 어디 가서 찾지? 열 한 살 여자 친구를 찾습니다!/오주영 한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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