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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바보상자가 나에게 흥미로운 문장을 던져주었다. '인생의 성공은 타이밍이다.', "그래. 언젠가는 내게 딱 맞는 톱니바퀴가 나의 꿈을 보듬어 주겠지..!".
차비로 쓰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 월급을 쥐고 스스로 지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극단을 출근하던 어느 날 과외 자리가 들어왔다. 첫 과외비를 받고 그토록 먹고 싶었던 햄버거 세트를 배터지게 먹으며 행복을 만끽하던 중 문득 '더 잘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공부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학자금을 빌려 대학원을 다녔다. 운이 좋게도 모 고등학교의 강사지원에 합격해 가르치는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애타게 기다리던 톱니바퀴가 타이밍을 안고 내게 오고 있었다. '문화예술'이라는 화두가 전국 방방곡곡에서 터져 나오며 비교적 음지의 예술로 취급받던 연극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심지어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보통교과의 선택과목으로 '연극'이 개설되어 학창 시절의 나처럼 예술가의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있었다. 덕분에 여러 중, 고등학교와 대학, 기관 등에서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되었고, 함께 공연을 만들고 소통하는 동안 학생들이 예술가를 꿈으로 가지는 것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나 또한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경험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맨 땅에 헤딩하듯 서울살이를 하다 나의 고향인 대전에 내려올 때면 나의 꿈도 꼭 챙겨서 내려왔다. 언젠가 나의 고향에서 예술을 하고 싶고, 예술을 잘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을 가슴에 품고 지내왔다. 그러던 중 나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대전에서 연기예술과 교사를 선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한 번의 기회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대전에 있을 또 다른 학창시절의 나를 만나기 위해 부단히 준비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결국 나에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지금도 그 기회는 현재 진행형이다.
내가 재직하고 있는 대전예술고등학교는 "중부지역 예술교육의 요람"으로 자리 잡아 대전지역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학교의 뛰어난 인프라를 바탕으로 예술 전문 지식과 실기력을 겸비하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예술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에 더해 2020년 예술계열 일반고로 지정되어 예술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학습환경이 개선되었다. 지금 이 순간도 음악, 미술, 무용, 연기예술과의 네 개 전공과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끊임없이 예술에 대해 토론하고 창의적인 작품을 구상하고 시도해보며 수련하고 있다.
이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전문가들과 교류하며 느끼는 공감대는 대전의 문화예술 활성화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인생의 톱니바퀴가 나에게 가져다준 기회를 성공으로 가져가기 위해 다음 발걸음을 어디로 가져가야 할까?', '잘 가르치는데서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더 있을까?' 그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와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실천해 나갔다. 연기 영재교육, 예술교과 현장 전문가 협의회, 학생 창작희곡집 만들기, 영어연극 발표회, 각종 경연대회 참가, 재능 기부, 고교학점제 준비 등을 하며 톱니바퀴들을 짜임새 있게 맞춰 나갔다. 문득 '내 인생에서 성공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이 다시 떠올랐다. '나의 노력이 작은 밀알이 되어 우리 마을이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 대전'이라는 슬로건으로 불려지는 것.'
이런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주는 학생들, 언제나 응원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교장 선생님과 부장 선생님, 한마음 한뜻으로 학교발전을 위해 노력해주시는 교육공동체 분들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내 인생의 톱니바퀴는 지금도 성공을 향해 돌아가고 있다.'
박태환 대전예술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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