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2024-08-29
학창 시절 동안 나는 감사하게도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여전히 생각나는 건 무엇을 하든 잘할 거라며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주셨던 담임선생님이시다. 졸업식 날 선생님께 그동안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했다고 편지를 써서 드렸다. 선생님은 편지를 받..
2024-08-15
'사랑받기 위해 사랑하는 교사가 되지 말자.' 학부 시절 교육 실습 현장을 경험한 후 나름대로 예비 교사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성찰해 본 한마디다. 그리고 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지 한 학기가 지난 지금, 그 한마디는 여전히 나의 숙제로 남아 있다. 학생들에게 싫은 소리..
2024-08-08
여름방학이 겨우 4일이 남았다. 아직 1학기를 끝내려면 4일이나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열심히 공문 기안을 올리려고 투닥거리다 기지개를 켜면서 주변을 돌아본다. 방학 전이라 다양한 행사에 성적 마무리에, 학생 상담에 바삐 업무를 보는 선생님들 사이에 신규 선생님들..
2024-07-25
'어서 와, 학생부는 처음이지?' 학생부장 임명장을 받은 후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마치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처럼 교문 앞에 우뚝 서 있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서 있었지만, 아이들 앞에서 근엄한 표정을 지어야 할지, 아니면 밝게 웃으며 맞이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2024-07-18
한 해가 마무리될 때면 저는 심하게 가슴앓이를 합니다. 사랑하는 님(?)과의 헤어짐이 있는 시간 때문입니다. 저의 짝사랑의 대상인 아이들은 그들의 속도대로 한 해를 보내고 성장하며 시간 속으로 저를 스치듯이 지나가 버립니다. 뒤돌아보면, 교사 생활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2024-07-04
아침 7시. 아침 햇살이 하루가 축복되라고 찾아왔다. 아내와 두 아들의 하루를 잘 부탁한다는 기도를 남기며 오늘도 행복을 맞으러 나선다. 오늘도 16명의 아들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하루가 되기를, 두 번째 기도를 하며 출근한다. 한여름의 아침 교정은 차분하다. 아직은 아..
2024-06-27
1989년 9월 1일, 내가 교단에 들어선 첫 날이다. 교통이 좋지 않던 시절 운 좋게 근처 학교로 발령이 났다. 내게 주어진 업무는 '교외생활지도'. 고향 사람이니, 재학생들을 괴롭히는 학교 밖 불량배나 일탈 학생들을 정리하라는 뜻이었다. 나의 교직은 그렇게 '교육..
2024-06-13
왜 굳이 다음 학교가 대전고였냐고? 워라밸? 중요하지. 그런데 살다 보니 양팔 저울 왼쪽에 내 행복과 오른쪽에 내 힘듦을 견주며 평행을 맞추려 노력하는 게 더 어렵더라고. 폼나게 이야기하려는 것 아니냐고? 그래, 어쩌면 그 말이 맞겠네. 폼나게 이야기하려 해. 적어도..
2024-06-13
나침반의 방향에 따르는 항해처럼 교육 철학과 목표는 수업에 매우 중요하다.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어떤 역량을 신장시킬 것인가?' 지난 8년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가치실현이 되는 가상공간인 메타버스는 우리 사회 속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아이..
2024-06-07
학생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아침 출근길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인다. 아마도 이웃 학교 학생들인 것 같다. 어떤 학생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는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멋지고 신나 보여서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어떤 학생은 친구들과 등교하면서 깔깔깔..
2024-05-30
"지금 문제에서 물어보는게 뭐야?" "남은 과일의 개수!" "그렇지! 그럼 뭐부터 구해야할까?" 햇볕이 쨍쨍한 무더운 어느 여름. 우리반 교실도 역시 6학년 학생들의 짝활동으로 뜨겁다. 수많은 책과 연수에서 짝활동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동안 수업의 한 부분으로 활용했을..
2024-05-23
은행나무, 둥글레, 삼색버드나무, 돌단풍, 돌나물, 블루베리, 영산홍, 패랭이꽃, 꽃창포 그리고 수사해당화와 인사를 나누고 교실로 들어서서 힘차게 하루를 연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각! 1호차 버스가 도착하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온다. 저마다 소중한..
2024-05-16
나는 허술한 교사라고 감히 고백한다. 3월 초, 새 학기 맞이 준비를 위한 교실청소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 큰 먼지들과 쓰레기들은 교실 중간중간에 버려져 있었고, 학생들의 책상 위 먼지도 닦지 않았다. 3월 2일. 아이들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온다. 교실에 들어온 학..
2024-05-02
이제 정년퇴직을 할 시간이 1년 남았다. 교정에 떨어지는 벚꽃비 속에서 해사한 웃음으로 종알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로 꽉 찬 운동장을 바라보는 것도 1년 남았다. 중간 중간에 명예퇴직의 유혹이 많았지만 끝까지 종주하기로 결심한 건 나의 여건이나 주위의 동료 교사의 격려..
2024-04-25
어느 날 쉬는 시간. "얘들아, 창문으로 그렇게 넘어 다니면 안 돼." "선생님, 우리는 1학년 때부터 이렇게 다녔어요. 헤헤 (통창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이게 무슨 대화냐면 이 학교 3년 차인 우리 반 아이들 5명과 출근한 지 며칠 되지 않은 교사 1명, 즉..
2024-04-11
저는 교사로서 십수 년 수업에서 학생들을 만나왔습니다. 제 수업 시간 속에서 '학생들의 배움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저 자신에게 던져봅니다. '나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들만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암기를 강요한 것은 아닐까?, 학생들에게 진짜 중요하고 의미 있는 수업..
2024-04-04
"넌 왜 교사가 되고 싶니?" 고교 시절 3년 내내 진로희망 칸에 교사를 적어내던 나에게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질문이다. 그때의 나는 망설임 없이 자신감 있게 답했다. "저희처럼 농어촌 지역에 사는 아이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다양한 학습 경험을..
2024-03-21
3월의 학교는 새로운 학년도의 입학식, 상급학년도의 새 학기 새 출발의 달이다. 인생의 꿈을 가득 실은 배가 출항하는 것처럼 설레 임이 가득한 달이다. 이러한 꿈을 가득 실은 푸른 용의 배가 순항하고 풍성한 만선의 결실이 되도록 간절한 마음을 담은 새 학기 새 출발의..
2024-03-14
2022년 11월에 출시된 인공지능(AI) ChatGPT는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새롭게 바꿨다.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자비스처럼 작동환경만 갖춰져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필자처럼 영어를 잘 못하는 사..
2024-02-22
봄이 오고 있다. 희망의 속삭임이 창가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지난 여름 교내 이곳저곳 공사로 1월 29일까지 2학기 학사운영을 한 끝이라 2월의 교정은 더없이 고요하다. '역시 학교는 학생들의 시끌벅적한 재잘거림과 드높은 웃음소리가 있어야 생물(生物)이구나'라는 상념에..
2024-02-15
2023년 3월, 학교 구성원이 대거 바뀌고, 국어, 미술, 가정 선생님이 우리 학교로 전입해오셨다. 3월 1~2주를 거치며 세 분이 학교 구성원 누구보다도 수업을 잘해보겠다는 의지가 크고, 새로운 활동에 도전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2024-01-25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대한(大寒)이 지났지만 아직 영하의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예전의 농가에서 겨울철은 농한기로 1년 중 가장 여유로운 계절이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이듬해 뿌릴 종자를 잘 보관해 두고는 따뜻한 화롯불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모여 시시콜콜한..
2024-01-18
대규모 다인수 학급에서 근무하던 나는 교직 경력 20년 만에 처음으로 작은 학교생활을 하게 됐다. 30명에 가까운 아이들과의 전쟁 같은 일상과 업무 전쟁에서 벗어나 이곳에 온지도 벌써 4년째 접어들었다. 지난해 내가 만난 아이들은 모두 4명이다. 여학생 한 명에 남학생..
2024-01-04
강산이 두어번쯤 바뀔만한 이 경력에도 학교를 옮긴다는 것은 설레고 두렵다. "근데 그거 들으셨어요? 여기 학교요. 1년에 1억원씩 쓰는 3년짜리 선도학교 됐다고 하던데." 2023년 2월, 새롭게 옮긴 학교로 업무를 쓰러 간 자리에서 맞은 편 새로 오신 선생님이 나지막..
2023-12-28
학교는 새 학기 준비의 필수과정으로 학급을 편성한다. 이 시기가 한해의 시작점으로, 고심하여 편성하는 학급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구성원의 좋은 시너지로 인해 생활하기에 수월한 반이 있고 반대로 악영향을 끼치는 조합의 반이 있다. 그래서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새로 맡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