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짝' 활동으로 꽃피는 교실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짝' 활동으로 꽃피는 교실

김건희 전동초 교사

  • 승인 2024-05-30 15:29
  • 이희택 기자이희택 기자
증명사진(전동초등학교 김건희)
김건희 전동초등학교 교사. 사진=시교육청 제공.


"지금 문제에서 물어보는게 뭐야?" "남은 과일의 개수!" "그렇지! 그럼 뭐부터 구해야할까?" 햇볕이 쨍쨍한 무더운 어느 여름. 우리반 교실도 역시 6학년 학생들의 짝활동으로 뜨겁다.

수많은 책과 연수에서 짝활동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동안 수업의 한 부분으로 활용했을 뿐, 긴 호흡으로 짝 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느 수학 시간, 수학 익힘책의 심화 문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여기 저기를 순회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못 했다. 그러던 와중, 수학 익힘책 문제를 모두 해결한 친구가 끙끙대는 짝꿍에게 다가가 힌트를 주며 도와줬다. 그 모습을 보고 문득, '짝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은 잘하는 분야가 있고, 잘하지 못 하는 분야가 있다. 어떤 학생은 악기 연주를 재미있어하지만 공을 무서워하여 체육 수업에 늘 소극적이다. 어떤 학생은 스케치를 좋아하여 미술시간에 눈을 반짝이며 작품을 만들지만, 사회 수업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눈을 꿈뻑꿈뻑하곤 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짝 매칭 방법을 정했다. 각자 종이에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과목 3개'와 '친구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과목 3개'를 적는다. 다 적었다면 종이를 모두 걷은 후 교실 앞에 잘 보이게 펼친다. 다 함께 종이를 보며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짝으로 매칭을 한다.

학생들과 함께 짝 활동의 규칙도 정했다. 첫째, 선생님 역할은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기. 둘째, 학생 역할은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연습하기.

효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놀라웠다.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선생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했고,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짝을 가르쳤다. 또 사람마다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르는 내용을 여러 번 질문했다. 수학 문제로 끙끙대던 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풀이 과정을 설명할 만큼 수학적 문제해결력이 발전했고, 공이 날아오면 소리를 지르고 피하던 학생은 팔을 뻗어 공을 잡기 시작했다.

올해 교직생활 처음으로 1학년을 맡게 됐다. 그리고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1학년도 짝활동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짝 활동의 광경은 나의 의심을 쑥 들어가게 했다. "받침에 ㅁ이 있으니까 어떤 소리가 나야해?" "으...으음..음!" "그러면 '다'와 '음'을 합치면?" "다-음.. 다음.. 담!!" "와!! 이제 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짝활동으로 오늘도 교실은 활짝 꽃 핀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