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전동초등학교 교사. 사진=시교육청 제공. |
"지금 문제에서 물어보는게 뭐야?" "남은 과일의 개수!" "그렇지! 그럼 뭐부터 구해야할까?" 햇볕이 쨍쨍한 무더운 어느 여름. 우리반 교실도 역시 6학년 학생들의 짝활동으로 뜨겁다.
수많은 책과 연수에서 짝활동을 강조한다. 하지만 그동안 수업의 한 부분으로 활용했을 뿐, 긴 호흡으로 짝 활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어느 수학 시간, 수학 익힘책의 심화 문제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여기 저기를 순회하며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못 했다. 그러던 와중, 수학 익힘책 문제를 모두 해결한 친구가 끙끙대는 짝꿍에게 다가가 힌트를 주며 도와줬다. 그 모습을 보고 문득, '짝 활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는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은 잘하는 분야가 있고, 잘하지 못 하는 분야가 있다. 어떤 학생은 악기 연주를 재미있어하지만 공을 무서워하여 체육 수업에 늘 소극적이다. 어떤 학생은 스케치를 좋아하여 미술시간에 눈을 반짝이며 작품을 만들지만, 사회 수업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눈을 꿈뻑꿈뻑하곤 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짝 매칭 방법을 정했다. 각자 종이에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과목 3개'와 '친구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 과목 3개'를 적는다. 다 적었다면 종이를 모두 걷은 후 교실 앞에 잘 보이게 펼친다. 다 함께 종이를 보며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짝으로 매칭을 한다.
학생들과 함께 짝 활동의 규칙도 정했다. 첫째, 선생님 역할은 친절하고 자세하게 알려주기. 둘째, 학생 역할은 완전히 이해될 때까지 계속 질문하고 연습하기.
효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놀라웠다. 학생들은 자신이 어떤 분야에서 선생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해했고, 책임감과 열정을 가지고 짝을 가르쳤다. 또 사람마다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르는 내용을 여러 번 질문했다. 수학 문제로 끙끙대던 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풀이 과정을 설명할 만큼 수학적 문제해결력이 발전했고, 공이 날아오면 소리를 지르고 피하던 학생은 팔을 뻗어 공을 잡기 시작했다.
올해 교직생활 처음으로 1학년을 맡게 됐다. 그리고 문득 호기심이 생겼다. '1학년도 짝활동이 가능할까?' 반신반의하며 시작했지만, 눈 앞에 펼쳐진 짝 활동의 광경은 나의 의심을 쑥 들어가게 했다. "받침에 ㅁ이 있으니까 어떤 소리가 나야해?" "으...으음..음!" "그러면 '다'와 '음'을 합치면?" "다-음.. 다음.. 담!!" "와!! 이제 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짝활동으로 오늘도 교실은 활짝 꽃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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