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금숙 대전삼육중 교사 |
35년 간의 교사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수많은 학부모들을 만나 상담을 해왔다. 특히 중2의 남학생 어머니들의 탄식과 눈물은 뭐라고 위로를 드려도 부족하지 않았다. 이제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학부모님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젊은 날의 혈기왕성했던 나는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면서 그 학생의 '성공의 길'만을 함께 모색해 왔다. 중간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해 어머니와 같이했던 나의 007작전을 불허하는 협업 작전, 자사고 특목고를 가기 위해 생기부 관리법 등 학생이 성공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학부모님들을 만나면 성공의 길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실패해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 인생은 너무나 많은 실패의 연속에서 한 번의 성공이 태어난다. 한 번의 실패가 좌절과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성공으로 가는 과정의 한 계단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고 싶다.
바쁜 업무로 학생들과 상담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내가 오랜 세월 동안 해 온 방법이 '복도 칭찬'이다. 이 방법으로 학생들은 모두 내가 자기를 가장 사랑하는 줄 알고 있다. 수업을 할 때 유심히 봐두었던 의기소침한 학생들에게 혹은 칭찬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복도를 지나면서 엄지척을 해주던가, 다가가서 그 아이의 외모의 변화를 하나 찾아내서 칭찬을 해 주면 그 아이는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 웃으면서 "선생님 감사합니다"하며 좋아라 뛰어 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엔돌핀 충전을 보상으로 받는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만나 상담을 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인생에서 그 어린 시기에, 정말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무한한 꿈의 틀인 어린 학생들이 "선생님, 저는 바보인가 봐요", "저는 머리가 나빠서 뭘 해도 안 돼요"하는 소리를 들을 때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성공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좌절하지 않고 일어나는 힘을 배우는 것이다. 신생아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수만 번 넘어지면서 다시 일어나 걸음마를 배우게 되듯이 한 번 넘어졌다고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아이는 못 걷게 된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의 실패가 자신을 규정하게 두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해야 한다. 오늘 하루 넘어져서 한쪽 구석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점심시간에 속상해서 식당에 가지 않고 불 꺼진 교실 한 구석에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꼭 안아주면서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넌 일어날 거야"라고 말해주고 싶다.
3중 장애를 지닌 헬렌 켈러가 절망의 늪을 지나면서 한 말이 있다. "행복의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그러나 흔히 우리는 닫혀진 문을 오래 보기 때문에 우리를 위해 열려 있었던 문을 보지 못한다." 벚꽃이 만개해서 대지의 구석구석에 아롱다롱이 피어 있는 모든 꽃이 무색해지는 이 시기에 한 시인의 시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꽃은 저마다 피는 시기가 다 다르다.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동백은 동백대로
자기가 피어야 하는 계절이 따로 있다.
모두 자신의 때를 기다렸다가 피어난다.
늦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마라.
아직 당신의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괜찮다.
현재의 노력은 성공의 거름이 되어
훗날 누구보다 예쁘게 피어날 것이다.
잊지 말라.
다소 늦더라도 그대는 반드시
예쁜 꽃을 피울 사람이다. /차금숙 대전삼육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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