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숲속 작은 학교, 큰 행복을 누리는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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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숲속 작은 학교, 큰 행복을 누리는 우리들

금산 상곡초등학교 김정환 교사

  • 승인 2024-04-25 14:33
  • 신문게재 2024-04-26 18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20240426_금산 상곡초 교사 김정환
김정환 교사
어느 날 쉬는 시간.

"얘들아, 창문으로 그렇게 넘어 다니면 안 돼." "선생님, 우리는 1학년 때부터 이렇게 다녔어요. 헤헤 (통창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간다)"

이게 무슨 대화냐면 이 학교 3년 차인 우리 반 아이들 5명과 출근한 지 며칠 되지 않은 교사 1명, 즉 나의 이야기다. '그래, 이 학교에서 나보다 훨씬 많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 너희들이니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겠지.' 싶어 허허 웃다가 천진난만한 저 녀석들을 그냥 뒀다.

우리 학교는 충남 금산군 시내에서도 멀리 떨어진 곳, 집이나 자동차보다 숲과 나무가 가득한 곳, 공기가 맑아 괜히 숨을 더 크게 내쉬어보게 되는 곳이다. '아토피, 천식 안심학교'인 우리 학교는 교실 소재도 모두 친환경(황토 벽돌, 편백 나무)일 뿐만 아니라 교실 내 넓은 발코니에는 아토피, 천식에 좋은 식물이 가득하다. 발코니 창문 또한 통창으로 활짝 여닫을 수 있어 1층의 우리 교실에서는 '제2의 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교단 경력 8년 차에 이런 교실은 처음인지라 며칠간은 마냥 새롭게 느껴졌는데, 이곳에서 약 1달 동안 생활하다 보니 제법 익숙해졌고 나 또한 심신이 편안해지는 듯하다.



이것 말고도 우리 학교가 다른 학교들과 다른 점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우리 학교는 '아토피, 천식 안심학교'로 전교생 26명 중 약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아토피나 천식을 앓고 있는데, 대부분 아이들은 학교 바로 근처 '아토피 치유 마을'에 입주해 살고 있다. 그중에는 밤새 가려움에 못 이겨 잠을 자지 못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있고, 수업 중에도 가려움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다. 등교 시간이 다른 학교에 비해 자유롭고 1교시 수업 시작 시간 또한 9시 20분으로 늦은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의 심신 치유와 단련을 위해 오후 4시 30분까지 오케스트라, 난타, 코딩, 스포츠 클럽 등 다양한 방과후 학교 수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는 좋은 환경과 치료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에 우리 학교는 친환경 식재료를 활용해 아이들의 체질 개선을 위한 식단을 제공한다. 아이마다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다른 점을 고려해 개인별 맞춤형 대체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급식에 사용되는 물 또한 6개의 필터를 거치는 정수기를 통해 사용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아이들과 오순도순 앉아 족욕을 하기도 했다. 2주에 한 번씩 '아토피 케어센터' (다른 학교로 치면 '보건실')에서 족욕을 한다기에 신기해하던 나는 그 옆에 끼어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족욕을 즐겼다. 학교에서 다 같이 하는 족욕이라니. 이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건만. 아이들과 가까이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한 발짝 더 친해진 느낌이다. 웃으며 재잘거리는 아이들을 보니 소풍 온 듯 즐거웠다.

지난 7년간 5·6학년 담임만 맡았던 나는 올해 이 학교에서 처음으로 3학년 담임이 됐다. 그것도 모둠 딱 하나를 채울 수 있는 5명의 학생과 함께. 처음 맡아보는 중학년이라 그런지,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라 그런지, 혹은 이 모든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음 한 달의 시간이 나에겐 매우 특별했다.

바쁜 한 달을 보내고 이제야 그 시간을 돌아보며 느낀 바는, 우리 학교가 '학생 친화적일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행복을 주는 학교'라는 것이다. 교실 안에는 식물이 가득하고, 건물 밖으로 나가자마자 보이는 주변 풍경은 어떤 휴양림 저리 가라 할 정도이다. 아이들은 자연에 익숙하고 또 그 자연 속에서 많이 편안해 보인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에게도 편안함이 찾아온다. 이는 선순환이 돼 나의 학교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자연스럽게 우리 반 아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앞으로 다가올 여름, 가을, 겨울, 그 이후의 또 다른 학교생활은 어떨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중이다.

아, 나는 이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얘들아, 쉬는 시간이니까 얼른 저 창문 열고 뛰어나가 놀다 와! 들어올 땐 흙만 툭툭 잘 털어주고."

너희들의 가려움도 아픔도 이렇게 훌훌 털어낼 수 있었으면. /금산 상곡초등학교 김정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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