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영 교사. |
열심히 수업 준비하고, 많은 수업을 병행하고, 담임 역할에, 맡은 업무에, 사업까지 맡아서 이리 통통, 저리 통통, 정신없이 일하는 신규 선생님들을 볼 때마다 할머니 같은 미소가 나도 모르게 배시시 흘러나온다. 종종 내가 신규였을 때 부장 선생님들이 나를 바라본 모습이 이랬을까는 생각도 든다. 나의 신규 때는 어땠던가? 가만히 떠올려 본다.
첫 담임을 했을 때, 화가 난다고 벽을 주먹으로 치던 아이, 무단결석을 해 임신으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무단결석을 한 아이의 자취집에 갔지만 2시간이 넘도록 문도 안 열어 주었던 아이, 아프다고 늘 병조퇴를 하다가 거짓말임을 들키자 얼굴빛이 달라지며 교무실 문을 박차고 나간 아이, 생활지도가 어찌나 어려웠던지.
그러다가 출산휴가를 들어가고 부담임이셨던 50대 부장님이 2달 동안 담임역할을 해줬다. 두 달 후 학교 출근하면서 들었던 부담임 선생님의 말씀 "애들 말 잘 들어서 두 달 동안 아무문제 없이 잘 생활했어요" 사고를 친 적이 없단다.
그 때 얼마나 자괴감이 들었던지. 이 길이 내 길인가 싶기도 하고, 아이들이 내 말을 안 듣는 이유가 뭘까? 엄청나게 고민했던 게 지금도 기억이 난다. 또, 담임하기가 힘들어서 개학하기 일주일 전부터 잠을 못 잤던 기억도 새삼 떠오른다.
그 이후로 버릇이 생겼다. 같은 학년 담임을 맡은 옆 반의 경험 많고 연배있는 그리고 학급지도와 생활지도를 잘 하는 선생님을 끊임없이 염탐한다. 어떻게 지도하는지 그리고 지겹도록 질문한다. 이런 문제가 있는 학생이 있는데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지 주변 선배 선생님들을 졸졸 쫓아다니며 괴롭힌다.
그래서 나만의 생활 지도 방식을 찾았고, 학급 운영 방향을 어렴풋이 설정할 수 있었고, 지금은 학급 운영과 생활지도에 자신이 생겼다.
20대에는 젊음과 용기만으로 아이들이 변할 때까지, 고쳐질 때까지 지도해야 했고, 30대에는 아기 엄마가 돼 부모의 마음이 더 크게 자리 잡아 부모 마음을 빙의해 지도했고, 40대에는 2·30대의 경험을 토대로 세심하게, 구석구석 놓치는 아이 없이 골고루 관심을 가지고 지도하려 노력했다. 교단에 선지 26년이 되어가지만 지금도 같은 고민을 한다. 아이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이들이 미래에 어떤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가?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하려고 교단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끝없는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고민을 우리 신규 선생님들도 하지 않을까? 나만의 교육철학이 벌써 확고하게 만들어진 선생님도 있을 것이다. 신규 선생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저마다의 교육철학은 조금씩, 아니 매우 다를 수 있다고. 그럴 때, 내 교육철학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교육철학이 잘못되었다고도 판단하지 말라고. 다만 서로 다를 뿐임을 인정하고 존중해 줘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나만의 교육철학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나의 교육철학에서 놓친 부분이 있으면 수정하고 다른 사람의 좋은 교육철학, 또는 배우고자 하는 학생 지도 방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도 급식을 먹고 나오면서 교내를 어슬렁거리는 아이와 마주친다. 그리고 진심을 담은 말을 건네본다. "어제 왜 학교 안 나왔어? 어디 아팠어?"
그리고 교무실로 돌아온다. 교무실에서 통통걸음으로, 또는 정신없이 노트북의 키보드를 톡톡거리는 신규 선생님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본다. 아주 어렵겠지만 언젠가 자신만의 생활 지도방법을 만들고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만들겠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힘들어할 땐 꼭 이렇게 말해 봐야겠다. '내가 도와줄 일이 있을까'하고 말이다./홍성중학교 박은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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