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욱 중일고 교사 |
'학교란 무엇인가,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EBS 다큐 프라임을 제작한 정성욱 PD는 수많은 '학교의 위기'를 목격했다고 말합니다. 그 위기는 집보다 학교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일 것입니다. 배움의 기쁨보다는 문제 풀이 요령만 가르쳐준 교사가 주된 이유일 것이고 저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예전에 저는 학교라는 현장의 중심에 있지만 '학교 위기, 교실 붕괴'를 먼저 '내 탓'이라 인정하지 않았고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막연한 생각으로 노력을 게을리하는 학생들에게 책임을 돌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교사로서 배움이 있는 교실, 앎의 즐거움을 느끼는 교실을 학생들과 함께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배움이 있는 교실의 시작점은 어디일까요?' 그 해답은 아마 학생들을 배움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절대적인 지식 측면에서 학생들이 교사보다 열등한 존재가 아니라 배움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모든 것을 알 수도 없고 학생들이 교사에게 배운 지식으로 일생을 살아가는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학생들이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해답을 찾는 자세, 즉 학생들이 배움으로의 여정에서 힘들어하는 부분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교사가 제가 바라는 이상적인 교사상입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죤 듀이는 'We don't learn from experiences. We learn from reflecting on experience'라고 말했습니다. 즉, '우리는 경험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배운다.'라는 말입니다. 교실에서 학생들을 수년간 가르쳤다고 해서 유능한 교사가 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수업에 대한 성찰이 없다면 스스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찾기 힘들고 교실 안에서 학생들의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수업과 학생들의 배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저는 학생들이 배울 때 가장 어려운 부분에 대해 더욱 집중하게 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가장 쉽고 명확한 예시와 보기에 대해 시간을 쏟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조금 뒤처지는 학생들을 위해 수업시간 안에 해낼 수 있는 학습량을 주어 그들도 학습의 성취감을 느끼게 수업을 바꾸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배운 지식을 실제로 적용하고 활용할 때 가장 몰입합니다. 학생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중요한 교과서 개념을 자신만의 언어로 설명하는 마인드맵 그리기, 자신의 미래 배우자에게 영어 편지 쓰기,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일부분을 영어로 더빙하는 것 등의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자신이 배운 지식이 책 바깥에서도 유용함을 알고 배움의 참 즐거움을 느끼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똑같은 수업을 여러 교실에서 반복하면서 생긴 요령을 가지고 스스로 잘 가르친다고 위안 삼았던 저는 이제 수업 성찰이라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참 배움에 대해 고민합니다. 일기를 쓰듯이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무엇이었고, 실제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는지를 떠올려 봅니다.
오늘도 저는 수업 성찰을 통해 학생들의 배움의 동반자로서의 저를 마주합니다. 조태욱 중일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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