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솔 교사 |
올해 내가 맡게 된 반은 후자에 가까웠다. 열심히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었지만, 학급 구성원 저마다의 개성이 유난히 뚜렷하여 융합이 어려웠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은 학생들이 유독 많았다.
"자기 자리 밑에 떨어진 쓰레기 좀 치워볼까요?", "선생님. 이거 제가 버린 거 아닌데요?"
학기 초에 자기가 버린 쓰레기도 아닌데 본인이 왜 주워야 하는지 되물어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면 어디서부터 지도해야 할지 몰라 막막함이 컸다.
또한 학급을 대상으로 하는 활동에 무관심하여 학생들의 크고 작은 반응이 없다 보니 나 역시 의욕이 저하될 때가 많았다. 한 달에 한 번씩 진행하던 생일 이벤트, 학급 규칙을 정하기 위한 회의도 우리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는 제대로 진행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상대를 위하는 마음 없이 본인의 입장만 생각하고 서로의 잘못을 들춰내기 바쁜 학급의 모습에 속상한 나날들을 보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서로를 존중하게 될까?',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개인보다 학급에 관심을 갖고 조화로운 학급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했다. 이러한 고민의 끝에 나는, 나부터 학생 개개인을 깊이 존중해 주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학생들을 먼저 존중하지 않고 학생들에게만 친구, 학급을 존중을 바라왔던 거 같았다. 그래서 나는 점심시간, 쉬는 시간 등을 활용해 학생들을 찾아가 대꾸도 없는 아이들에게 계속 대화를 시도했으며, 학교에서 대화가 어려운 친구들은 충청남도 교육청의 으라차차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교 밖 공간에서 체육 활동을 하거나 맛있는 식사를 하며 점차 마음의 문을 열도록 유도해 갔다.
또한, 학급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 하나하나도 같이 머리를 맞대며 의견을 나누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다 같이 노력한 결과 방학을 한 달 남긴 시점이 되자 꽁꽁 얼어 녹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조금씩 녹아 가듯 우리 반의 분위기 역시 점차 풀리게 됐다.
학급을 위해 쉬는 시간에 스스로 청소하는 친구가 하나씩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고 당일의 과제를 정리해 단체 채팅방에 게시해 주는 친구들도 생겨났다. 또 어떤 날에는 학교에서 진행한 십자말풀이 대회에서 서로서로 도와가며 퀴즈를 풀어 최다참여자 반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고 서로 도우면 나에게 더 큰 기쁨으로 돌아온다는 깨달음을 얻어간 그 날이 학생들에게 있어 매우 값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학생들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고민하기 전에 스스로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과 반성을 했다.
학기 초 막막했던 모습과 달리, 이제는 서로의 모습 그대로를 존중해 줄 수 있는 학급 구성원이 됐다. 더 나아가 스스로 가진 것을 먼저 나누고 조건 없는 선행으로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행복을 알게 됐다.
나아지는 것이 없어 보여 많이 지칠 때도 있었고,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며 열정이 식은 나의 상태를 합리화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교사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은 결국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또 한 번 느끼게 되는 값진 한 해였다.
혼자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임을 학생들이 깨닫고, 자신의 마음을 내주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내일도 우리 반에 가서 애정 어린 잔소리를 해야겠다./이진솔 엄사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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