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리 교사 |
독특한 전문적학습공동체의 이름은 내가 겨울방학 중 감명 깊게 읽었던 독서교육 도서인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라는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책 한 권 읽지 않던 내가 온라인 독서 소모임을 통해 일주일에 최소 3번씩 '하늘이 두쪽 나도 하루 두쪽 읽기(줄여서 '하두하두')'를 실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아주 적은 분량이라도 꾸준하게 책을 읽게 된 나는 '독서의 힘'을 알게 되었고, 이 독서의 힘을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함께 독서하기 이전에 서로 간의 래포를 쌓는 것이 중요했기에 모든 교사가 전교생을 가르친다는 소규모 학교의 장점을 살려 학생들과의 수업, 학급 활동 등이 담긴 교단일기를 공유해보기로 했다. 교단일기 공유를 통해 형성된 래포를 토대로 '함께 하는 독서'를 추진하고, 독서를 넘어선 더 큰 무언가에 함께 도전하고자 '함께 일기는 힘이 세다'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다.
우리는 4월부터 7월까지 각자 6편의 교단일기를 남겼다. 미술 선생님은 학생들과의 수채화 도전기를, 나는 독서를 기반으로 한 5·18 계기수업을 통해 감동한 이야기를 일기로 남겼다. 교단일기 공유를 통해 선생님들이 수업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고, 고민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해주기도 했다. 이렇게 1학기 동안 교단일기를 남기며 수업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며 래포를 쌓은 우리는 2학기에 좀 더 특별한 활동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2학기에 먼저 추진한 활동은 '전문적학습공동체 역량 강화 활동'이었다. 학생들과 '회색인간'이라는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독서토론 행사를 함께 추진했던 국어, 가정 선생님과 책 '멋진 신세계'를 읽었다. '함께 일기'에서 '함께 읽기'로 확장한 것이다. 멋진 신세계 또한 디스토피아 소설로 인간의 존재 이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기에 독서토론 행사의 연장선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연극 '멋진 신세계'를 관람했다. 책과 연극을 통해 디스토피아 소설을 수업이나 체험활동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고민한 우리는 2024년에는 보다 깊이 있는 독서토론 활동을 추진해보기로 다짐했다.
역량 강화 활동 뿐만 아니라, 공동체 선생님들이 모여 '융합 수업'에 도전하기도 했다. 소설 '꺼삐딴리'를 다루는 국어 수업 시간에는 역사 전공자인 내가 10분 동안 잠시 학생들에게 소설의 배경(일제강점기~6·25 전쟁 이후)을 설명해주는 팀티칭을 진행했다. 역사 수업 시간에 제2차 세계대전의 과정과 인권침해(홀로코스트 등)를 학습한 후 영화 '피아니스트'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마주한 학생들은 미술 수업 시간에 공공미술의 형태로 학교 벽면에 '반전·평화 디자인' 테이프 벽화를 표현해냈다. 이는 각각 역사, 미술 교과 수행평가에 반영되면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까지도 이뤄냈다. 그리고 국어 시간의 시 창작하기와 미술 시간의 명화 수업을 융합한 결과, 명화와 시가 어우러진 재구성 작품들이 국어과 수행평가에 반영되고, 학교 도서관에 전시되었다. 그동안 우리 학교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던 특별한 수업들이 1년 만에 다양하게 펼쳐지게 된 것이다. 이 힘은 바로 우리의 전문적학습공동체 '함께 일기는 힘이 세다'에서 나온 것임이 분명하다.
2023학년도를 마무리하는 지금, 올 한 해가 수업으로 참 뿌듯했던 한 해였다는 생각이 든다.
2022년 업무에 치여 수업 연구에 소홀했던 내 모습이 한심했는데, 2023년에 만난 특별한 인연으로 다양한 융합 수업을 추진해봄에 따라 수업으로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언젠가 우리가 다른 학교로 뿔뿔이 흩어지는 날이 오더라도 이 공동체를 통해 만들어낸 특별한 경험을 잊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한층 성장해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한다.
/김두리 남면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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