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2019-06-23
"대전이 과학도시라면서 과학 콘텐츠가 없네요." 다른 지역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 내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 또한 이처럼 말한다. "그래도 1993년 대전엑스포 때는 꿈돌이 꿈순이라도 있었는데…"라는 조롱 섞인 말을 하기도 한다. 이 지역이 과학도시라고 보여줄 만한 것이..
2019-06-23
3박 4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하는 길에 외조부 부고 소식을 들었다. 1930년생이시니 한국나이로 아흔 살에 돌아가셨다. 외조부는 국가유공자다. 경북 상주에서 출생해 한국전쟁에 참전한 후 눈 주위에 총상을 입으셨다. 그 후유증으로 계속 눈이 나빠져 나중에는 잘..
2019-06-23
여기 비슷한 카테고리의 두 사건이 있다. 사건의 과정과 결과에 집중하며 차이점을 비교해 보길 바란다. 첫 번째 사건. 그건 내가 딱 고3 때 일이다. 복도를 지나던 날 갑작스레 친구가 붙잡았다. 난 무슨 일이냐 물었고 친구는 뜬금없이 초등학교 동창의 이름을 꺼냈다. 오..
2019-06-19
대전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의 대학에서 총장 직선제 도입을 위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총장 직선제는 크게 교수 직선제와 구성원 직선제로 나뉘는데 구성원 직선제에서는 교수 뿐 아니라 직원, 학생들에게도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돌아간다. 대전에서는 지난해 한밭대가..
2019-06-16
'경고. 4층 세입자 분 재활용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분리수거장에 붙은 하얀 종이 위 빨간 색 글자를 보고 3초 정도 멍해졌다. 여기는 빌라 공용 재활용수거장인데. 너무 재활용품을 많이 버렸던 걸까, 아니면 너무 자주 버렸던가. 집으로 돌아와서 한참 고민하다가 빌라..
2019-06-12
지난 주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10년 가까이 보고 있는 대학 동기들이다. '대학 동기'로만 그들을 명명하면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철 모르던 시절에 만나 수다로 밤을 지새고 때때로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도 여럿 공유한 사이니 말이다. 매일 같이 보던 우리가 대학을..
2019-06-11
며칠 전 생일이었다. 당일은 회사가 주최하는 축구대회로 늦은 저녁까지 월드컵경기장에 있게 생겨서 이틀 앞당긴 6일날 가족모임차 빕스(VIPS)에 갔었다. 평소 마음에 드는 무언가를 만나면 다른데로 눈을 잘 돌리지 않는 성격인데, 음식도 그렇다. 특히 가볍게 스테이크를..
2019-06-10
술을 마셨다. 운전대를 잡았다. 사람을 쳤다. 즉시 도망갔다. 찜찜한 기분에 현장에 돌아왔다. 재차 도주했다.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에 기소됐다. 법정에 섰다. 실형을 받았다. 변호인을 통해 항소했다. 대전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일으킨 이들이 낸 일련의 과정..
2019-06-09
한국 가수 최초로 방탄소년단(BTS)이 컴백 1주일 만에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세계 최대 음악 시장 차트를 석권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비결은 무얼까. 대형 기획사 소속도 아닌 방탄소년단 성공 비결로 팬들과의 소통을 꼽는 전문가들이 많다.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등 공식..
2019-06-06
어느 날 할머니랑 집에서 TV를 보다가 놀란 적이 있다. 할머니께서는 화면 속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알고 있는 것은 물론, 멤버 이름도 줄줄 꿰고 있었다. 트로트만 알고 좋아하시는 줄 알았던 할머니께서 "이 친구가 춤을 잘 춰서 유명해"라고 설명할 때 그 모습이 너무..
2019-06-05
아무도 살지 않는 집, 폐허였다. 깨어진 창문, 무너진 담벼락, 텅 빈 우편함은 주인이 떠난 줄 모르는 듯 고요한 기다림 속에 갇힌 그림 같다. 집은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세 표가 난다. 쓸고 닦지 않아도 사람이 살고 있는 온기가 있는 집과 아무리 번듯해도 사람이 없는..
2019-06-03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가 뽑기(추첨)로 막을 내린다면 선수들의 심정을 어떨까. 대한민국 미래 체육을 이끌어 갈 유망주들이 한자리에 모여 승부를 펼치는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막을 내렸다. 올해 대회는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전라북도 익산시 등 14개 시·군..
2019-06-02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우선 노동계는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기조에 대해 견제하는 모양새고, 경영계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강조하는 등 시작부터 노사 양측의 치열한 기 싸움이 전개되는 모습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앞으로 여러..
2019-05-30
지금 우리나라는 마약이 판을 친다.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이 일상생활 속에서도 파고 들어가면서 마약은 대중화가 됐다. 유명 연예인이 마약을 투약했다고 하면 먼 이야기로만 들렸던 과거와 달리, 이젠 일상에서 손쉽게 마약을 접한다. 40~50대뿐 아니라 20~30대도 마약을..
2019-05-29
가정의 달 5월도 어느새 거의 지나간다. 어릴 적엔 어린이날이 있어서 마냥 좋았던 5월이 어른이 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부터는 가장 신경 쓰이는 달이 됐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각종 행사가 모두 지난 5월 중반이 돼서야 '휴~' 안도가 됐던 것은 나..
2019-05-28
성적부진-사장·감독 사퇴-경험 없는 신임 감독 선임-선수단 물갈이.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이 지난 수년 간 반복해온 기록이다. 문제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반복되는 답답한 상황을 두고 시티즌 팬들은 '뫼비우스의 대전시티즌'이라 부른다. 뫼비우스는 독일의 수학자 페르디난..
2019-05-26
대학교 4학년, 좋아하던 남자애가 있었다. 한 학번 아래로 과제 모임에서 만난 친구였다. 우물쭈물 말주변이 없는 와중에 자신의 생각을 또렷이 말하는 게 좋았고, 우연히 마주쳤을 때 어색하게 건네는 인사가 좋았다. 무엇보다도 그 눈맞춤 끝에 나를 따라 짓는 웃음, 그 환..
2019-05-23
대전역부터 대흥동 일대 인도에는 분홍색 선이 그어져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는 아홉 곳의 명소를 분홍색 보도블록과 스텐실 선으로 이은 이 선은 '근대문화 탐방로'다.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면서 동시에 관광명소의 역할까지 감당(?)하다니 이만큼 좋은 아이디어가..
2019-05-20
#1. '약 빨았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신문편집에 대한 이야기다. 기발하면서도 통찰력있는 제목을 지은 사람에게 따라오는 표현이다. 노인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정부가 정작 노인에게 뭐가 필요한지 모른다는 기사에 한 편집기자는 'You don't 老'라는 제목을 달았다..
2019-05-16
상하이 시내에 접어들자 버스 창밖으로 똑같은 자전거 행렬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옆에 앉은 선배에게 "타슈!"라고 말했다. 공유자전거를 설명하는 것보다 더 명료하게 하고 싶은 말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였다. 선배에게 "상하이는 '타슈'(사실은 상하이 헬로바이크였..
2019-05-15
늦잠 자는 날을 제외하고 아침잠에서 깨자마자 하는 일이 있다. 밤새 누워있던 몸을 최대한 가만히 일으켜 앉아 명상을 한다. 최근 3년 전까지 명상원을 오가며 명상수행을 했었다. 당시에는 출근이 오후라 오전 시간엔 명상원에 가 있는 날이 많았다. 그러다 둘째아이를 낳고..
2019-05-14
항소심 재판 선고까지 길고도 길었다. 일본에서 니코틴 원액으로 아내를 살인한 혐의를 받는 A 씨(23)의 항소심 재판이 17일 재판부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2017년 4월 25일 사건이 발생한 이후 꼬박 2년이 더 걸렸다. A 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조현..
2019-05-13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가 출범 2주년을 맞았다.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 이후 촛불 시민의 지지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 적폐청산, 세월호 진상규명, 대통령 개헌안 발표 등 개혁 정책으로 순항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 2년 만에 냉혹한 칼날 위에..
2019-05-12
지하철을 탈 때면 주위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 살피는 습관이 있다. 혹시 누군가 우리 신문을 들고 있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일 뿐이지만 '신문'이라는 매개체로 희미하게나마 동질감을 느끼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어서인지 모르겠다. 신문을 좋아한다. 바스..
2019-05-09
"오빠 손이 글쎄… 전기고문을 당했는지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패여서…" 아주 짧은 침묵의 순간 금세 눈물이 고이고 말았다. 말 문이 막힌 당신도,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듣던 나까지도, 툭 하고 눈물샘이 터졌다. 누군가의 이야기에 감정이 이입 된다는 건 그만큼 진정성을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