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고종수 감독이 시티즌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성적 부진과 부정선수 선발 개입에 따른 책임을 물어 경질됐다. 김호 전 대표가 사퇴한 지 2개월 만이고 신임 최용규 대표가 취임 한 지 1개월이 조금 넘은 시점이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성적부진-사장·감독 사퇴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시티즌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대전시티즌은 고종수 전 감독 경질에 따른 후속 조치로 박철 스카우트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다. 박철 대행은 대전시티즌 수비수 출신이다. 새 감독을 찾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감독경질-대행체제-신임감독 등 무한 반복되는 시티즌의 악순환 행보가 반복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대전시티즌은 당분간 박철 감독대행과 이기범 수석코치 체제로 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차기 감독은 박 대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적임자를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티즌이 앞서 언급한 뫼비우스의 고리를 끊어 버리기 위해선 '감독 사퇴' 다음 과정으로 이어지는 '경험 없는 감독 선임'이라는 고리부터 끊어야 한다. 대전은 4대 김호 전 감독 이후 왕선재-유상철-김인완-조진호-최문식-고종수 등 11대까지 코치 출신을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들 모두 40대 중·초반으로 프로팀 감독 경험이 없었던 초임감독이었다.
K리그에는 초임에도 불구하고 팀을 훌륭하게 이끈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대전만의 경우를 놓고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전을 거쳐 간 초임 감독들 모두 좋은 선례를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기자가 만난 지역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 모두 차기 감독에는 프로팀 지도 경력이 있는 감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대전시티즌 선수단 구성원 중 절반 이상이 20대 초반이다. 이 중 1시즌 이상 K리그 무대에서 뛴 경력 선수는 10명 내외다. 경험 없는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 주기 위해선 젊고 용맹한 용장(勇壯), 지장(智將) 보다는 아버지 같은 '덕장(德將)'이 필요하다는 것이 주변 축구인들의 조언이다.
'성적부진-사장·감독 사퇴-경험 없는 신임 감독 선임-선수단 물갈이' 악의 고리를 반복하고 있는 시티즌이 이번에는 뫼비우스의 이론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