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과학부 이상문 차장 |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등 공식 석상에서 팬(아미)을 가장 먼저 언급한다. 멤버들은 개인 라이브 방송이나 공식 팬카페 채팅방에서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항상 팬들의 일상에 귀 기울이고 작은 것 하나까지 서로 소통하고 있다. 이 같은 소통으로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가장 압도적인 팬덤을 구축하면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취임 초부터 줄곧 소통을 강조해 오고 있다.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를 민선 7기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시정에서 다양한 분야 시민과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공무원 조직에는 '칸막이 혁신'을 지속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업무와 연관된 사회갈등요소는 대부분 복합 원인이 있고, 시정 거대담론은 몇 개 실·국이 결합해야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시대라며 소통을 강조했다.
현장 행보도 열심이다.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만나면서 시민 스킨쉽에도 노력해 왔다. 그런데도 허 시장의 소통은 체감도가 높지 않다.
대전시청 북문 앞 광장은 집회장으로 변했고, 연일 시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시청에 전달되기를 바란다. 일부 항의 방문하는 시민들은 시장과 직접 대면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한다.
하지만 허 시장은 그들을 외면한다. 한 달 이상 시청사 앞에서 노래를 틀고 항의하는 천막에 시장이 직접 이야기는 해봤는지 궁금하다. 항의 방문하는 시민들이 시장을 만나려 하면 시장실(10층·현재 임시 시장실 5층) 엘리베이터가 굳게 닫힌다.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과 공무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물론 시장의 상황도 이해는 된다. 많은 업무로 인해 꽉 짜인 일정으로 날마다 보내고 있다. 자칫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항의하는 시민들의 의견에 명쾌한 답을 줄 수 없는 일도 허다하다. 하지만 이는 시장을 만나고자 하는 시민들도 잘 안다. 그들은 단지 시장과 직접 소통을 하고 싶은 것뿐이다. 허 시장은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서 실·국장이나 실무자들에게는 "민원요소가 있는 부분은 깊고 유기적인 대화를 통해 지역 여론을 담아내야 한다"며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얼마 전 허 시장이 속한 민주당 대전시당 주최로 열린 '민선 7기 1년의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도 소통 부재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공약이나 지속사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데 시민 합의(소통) 부재가 원인으로 꼽혔다.
다음 달이면 허 시장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허 시장이 취임 초 강조해왔던 '소통'을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우선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열고 생계나 불조리, 의견 충돌로 화난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주면 안 될까.
이상문 행정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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