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좋아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펄프 냄새가 어우러진 지면이 매일 아침 대문 앞에 도착해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렌 적도 있었을 정도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다보니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고 절대로 매일 좋고 즐겁지만은 않다. 한 글자도 쳐다보기 싫은 날도 많지만 어쨌든 신문은 내 일상에선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런데 대부분 사람들에게 신문은 잊혀져가는 물건이다. 대중교통 안이든 어디서든 신문을 보는 시민을 한명도 보지 못했다. 지역신문은 구하기도 어렵다. 가끔 관공서나 병원 등에 우리 신문이 비치돼 있거나 벽면에 붙여져 있는 걸 보지만 가게 홍보를 위한 인테리어 소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나조차도 지역신문은 입사 전까지 읽지 않았던 탓에 마냥 권하기도 민망하다. 우리의 하루는 크나큰 종이를 펼쳐 읽을 만큼 한가롭지 않다는 것 잘 안다. 그럼에도 권하는 이유는 결국 지역신문에 힘이 실려야 우리 동네가 자정작용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독서포인트제 등 시책이나 원신흥동 일대 한 초등학교 앞에서 흉기를 소지한 남성이 배회한다는 신고는 종합일간지, 전국 뉴스에는 단신으로 처리되거나 한 줄도 언급되지 않는다. 보도가 된다고 무조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트는 경우도 분명 적지 않다.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어느 교회를 다니느냐 등으로 이어진 관계가 지방선거에서는 표를 확보하는 힘이다. 지역 언론이 건강하게 자리매김해야 이러한 학연, 지연, 혈연 등으로 이뤄진 토착세력을 견제할 수 있어야 지역의 건강성이 담보된다. 지역 신문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방법은 결국 시민들이 지역 신문을 열독하고 사랑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신문도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언론환경은 오래 전부터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신문과 신문기자들은 흐름에 따르기 위해, 더 솔직하게는 살아남기 위해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절대 바뀌지 않는 점은 바로 '지역'이라는 정체성이다. 우리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은 언제나 이 지역 신문들이 가장 먼저 살피고 가장 깊고 끈질기게 파고든다. 다른 어느 곳도 아닌 우리 지역 신문이 가장 애정 어린 시선으로 우리 지역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대전 시민에게 바란다. 내가 살고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 신문을 함께 읽으며 공감대를 형성했으면 좋겠다. 전유진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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