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걷고싶은 '핑크 라인' 만들자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걷고싶은 '핑크 라인' 만들자

  • 승인 2019-05-23 15:30
  • 신문게재 2019-05-24 22면
  • 김유진 기자김유진 기자
김유진
대전역부터 대흥동 일대 인도에는 분홍색 선이 그어져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는 아홉 곳의 명소를 분홍색 보도블록과 스텐실 선으로 이은 이 선은 '근대문화 탐방로'다. 대전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면서 동시에 관광명소의 역할까지 감당(?)하다니 이만큼 좋은 아이디어가 또 있을까. 목척교와 대흥동 성당 등 익숙했던 명소도 있지만 이름도 몰랐던 곳이 더 많았기 때문에 새로운 볼거리를 찾는다는 기대감이 컸다.

코스를 확인한 후 출발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작부터 실망스러웠다. 전봇대 옆 앙증맞은(?) 표지판 하나만 서있었다. 이마저도 상인들에 가려 근대문화 탐방로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는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안내 책자도 구비되지 않아 오롯이 선에만 의지해서 걸음을 옮겨야 했다. 구 산업은행이었던 건물을 지나고 목척교에 도착해서야 지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면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는 표지판은 없었다. 얼마나 더 걸어야 다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지 짐작이 되지 않아 암담했다. 무릎 아래로는 감각이 없어지고 가방 끈이 파고드는 것 같은 어깨는 점점 아파왔다.

3번 옛 대전부청사에서 4번 옛 충남도청으로 가려면 지하도로를 거쳐야 한다. 1번 출구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지만 6번 출구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 장애인들은 이 구간을 따라 관람하기 어렵다.



테미오래부터 옛 대전여중 강당, 대흥동 성당 등을 거쳐서 출발지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주변 상인들은 이 길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우린 몰라요. 구에서 하는지..." 돌아온 대답에 허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관광객 유치는커녕 인근 상인들에게 홍보조차 되지 않은 이 길을 그 누가 따라 걸을지 의문이 생겼다.

'내가 대전에 처음 온 관광객이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으로 두 시간을 걸었지만 '근대문화 탐방로'가 이만큼의 시간을 투자해서 둘러볼 만한 곳인지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아무런 설명 없이 끝나버린 보도블록을 마주하면 당황스러웠다. 목척교와 으능정이 거리 등 스텐실 처리가 된 구간에서는 선이 지워져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기도 했다.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가 홍보, 관리 부실로 그 매력을 십분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도보로 이동할 수 있도록 '근대문화 탐방로'를 조성한 취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탐방로 조성을 위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명소를 선정하거나, 의미가 빈약한 곳을 코스에 포함한다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아무리 홍보를 하더라도 내용이 부실하면 발걸음이 끊기고, 소셜미디어에서 언급되지 않더라도 알찬 볼거리와 꼼꼼한 관리로 입소문이 난다면 더 많은 관람객들이 근대문화 탐방로를 찾을 것이다.

보도블록이 정리가 안 돼 있거나 스텐실이 지워진 부분은 하루 빨리 보강해야 한다. 또한 볼거리가 부족한 명소에는 충분한 설명이 담긴 표지판이나 소개 가능한 인력이 필요하다.
김유진 교육문화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2.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3.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4.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5. 충남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추진 속도 높인다
  1.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2. [사설] 어이없는 계엄령, 후유증 최소화해야
  3. 대전·충남 법조계, "비상계엄 위헌적·내란죄 중대 범죄" 성명
  4. 윤 대통령 계엄 선포 후폭풍
  5. 전교조 대전지부 "계엄 선포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반국가 세력"

헤드라인 뉴스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5일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재차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미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국민께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 삶은 나아져야 하고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