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대전방문의 해를 맞는 나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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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대전방문의 해를 맞는 나의 자세

  • 승인 2019-06-12 14:47
  • 수정 2020-07-19 10:34
  • 신문게재 2019-06-13 22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임효인
지난 주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10년 가까이 보고 있는 대학 동기들이다. '대학 동기'로만 그들을 명명하면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철 모르던 시절에 만나 수다로 밤을 지새고 때때로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도 여럿 공유한 사이니 말이다. 매일 같이 보던 우리가 대학을 떠나고 사회인이 되면서 이제는 1년에 두 번 겨우 만난다. 연말 만남이 고정이고 때때로 마음이 동하거나 어떤 사연으로 심란하면 한 번 더 본다. 이번 만남은 '그래도 1년에 두 번은 보고 싶은 마음에'라는 오빠의 말로 성사됐다. 우리 모임 이름이 '김효영 모임'인데 이 오빠 이름이 김효영이다. 가장 연장자여서 모임 이름이 그렇게 정해진 건 아니다. 나머지 3명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조합하면 '김효영'이 돼서, 그래서 '김효영 모임'이다.

각자 원주, 서울, 나주, 대전에서 지내고 있는 우리의 이번 모임 장소는 대전이다. 서울에서 나주로 발령이 난 '영' 언니의 동선을 가장 고려한 장소였다. 만남을 앞두고 다들 부푼 마음에 들떠 있을 때였다. 김효영 오빠가 내게 "일정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오빠와 '영' 언니는 대학 시절 내내 거의 대전에 있었고 '김'은 대전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대전에 오면 오는 거지 구체적 일정을 묻자 대답이 잘 나가지 않았다. "난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로 얼버무렸지만 짐짓 이 사람들에게 대전의 매력을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다. 올해는 대전 방문의 해기도 하니까.

그렇게 '효인투어'가 시작됐다. 임 기자는 임 기사가 됐다. '터미널 to 터미널' 이 세 사람을 모셨다. 첫 일정은 근래 맛있게 먹었던 삼겹살을 먹으러 가는 거였다. 넷 중 셋이 1인 가구다.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겠다고 찾아갔다. 촌돼지호박찌개로 입가심까지 하고 나온 우리는 다음 장소로 향했다. 소화도 시키고 커피도 한 잔 마시기 위해 선택한 곳은 이응노미술관이다. 대전에 이런 미술관이 있다는 걸 보여 주고 함께 가고 싶었다. 내 엉터리 도슨트와 함께 전시 관람을 마친 우리는 미술관 아트숍에 파는 엽서 한 장씩을 골라 서로에게 편지를 썼다. 낭독식과 기념촬영까지 마치고 반응을 보니 나름 '효인투어'에 만족한 듯했다.

미술관에서 나온 우리는 엑스포시민광장에 있는 타슈를 한 대씩 빌려 도룡동 스튜디오큐브로 향했다.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영' 언니의 니즈를 고려한 동선이다.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초여름 더위가 싫지만은 않았다. 보고 싶은 것은 못 봤지만 시원한 편의점에서 또 한참을 수다 떨고 엑스포시민광장으로 돌아왔다. 광장에서 자전거 묘기를 연마하거나 잔디밭에 앉아 주말을 보내고 있는 이들을 보며 우리도 평화로움을 느꼈다. 하루 온종일을 같이 있어도 할 얘기가 많은 우리는 각자의 일정으로 아쉬운 이별을 해야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발을 헛디뎌 발목 부상도 입었지만, 행복한 날이었다. 누군가 "대전 좋다, 대전에서 살고 싶다"라고 하는 말에 특히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임효인 행정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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