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2022-09-25
색소폰은 불기가 힘이 드는 악기다. 입문하기는 쉬워도 제대로 불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독주를 잘 한다고 합주를 잘 부는 것도 아니고 합주를 잘 분다고 독주를 잘 하는 것도 아니다. 시인과 수필가의 차이쯤 된다. 독주는 감성을 살려 맛깔스럽게 불러야 하지만 합주는 자기..
2022-09-13
사유(思惟)란, 생각하고 판단하고 추론해본다는 말이다.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심적 능력으로 보편적인 것, 본질의 파악에 관한 이성 작용인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사유의 방>이라는 커다란 전시실이 있다. 이곳에는 삼국시대 국보인 반가사유상 두 점이 나란히 전시되어..
2022-09-06
일주일에 하루지만 배우려고 만나는 만학의 즐거움 노년의 삶이 힘들고 외롭다 하지만 열정 가득 배움의 길 배움으로 돌아가면 아는 것도 가물가물 텅 빈 머릿속 꿈 많던 학창시절 젊은 혈기 어디가고 기억도 흐릿흐릿 수업이 끝나고 믹스 커피 마시며 풀어놓는 인생 보따리 각본..
2022-09-04
바람 '풍(風)'자와 물흐를 '유(流)'자가 합쳐진 풍류라는 말은 단순한 바람과 물흐름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흐르는 멋스럽고 자연스러운 기운으로, 천박하지 않고 운치 있는 일이나 음악을 가리키는 예술 용어다. 그래서 풍류가객(風流歌客)이란, 아름답고 시원스러우며,..
2022-08-30
아버지 우리 아버지 지나는 걸인들을 부르신다 여보시오 이리 오시오 밥은 먹었수 배고프겠구려 국밥 한 그릇 탁배기 한 사발 담배까지 손에 쥐어 주고 손 흔들어 보내신다 어느 날은 딱 한 주먹 남은 저녁 먹을 쌀을 아침을 못 먹었다는 아주머니 손에 선뜻 내어 주셨던 아버지..
2022-08-28
이글거리는 폭염 대지를 삼킬 듯한 여름의 열기 때문에 할 말을 잃었다 모두들 갈라진 땅거죽 야위어진 흉한 몰골 힘들고 지쳐 있을 때 민망스런 햇살 몰려드는 먹구름에 자리를 내어주면 구름은 구원투수인가 더위를 밀어내는 소나기의 연주에 응어리진 멍든 가슴 눈 녹듯 사라지는..
2022-08-25
원래 난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에 화이트나 그레이의 모노톤 컬러의 가구를 좋아한다. 썩는 데 500년 이상 걸린다는 이 플라스틱 옷장! 흰색의 기본 뼈대에 서랍 색깔은 연보라색의 촌티 나게 생겨 참~ 맘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아내에게 이 옷장을 버리고 온다 말해도 그..
2022-08-22
새벽 별을 지나온 아침 이슬이 동녘에서 떠오르는 붉은 태양 아래서 호박꽃 꽃술에서 노란 사파이어로 빛나며 말없이 목마른 갈증을 어루만진다. 가지꽃은 계속 아름다운 영혼으로 피어나고 열기에 타고 있는 구멍 뚫린 정오는 부서질 듯 헝클어진 조각난 마음이 된다 어제의 바람이..
2022-08-21
조금 남은 나의 맛있는 잠을 새들이 다 먹었다 메아리로 떠돌던 소리도 저산 너머로 새들이 따라간다 기지개도 놀라 즐길 준비를 하고 이슬은 얼굴이 떨어질까 달랑달랑 두렵다 이 시간이 지나면 볼 수 없잖아 새벽은 아침을 빚어놓고 떠났다 이슬 먹고 나온 장미의 볼에 나는 빨..
2022-08-18
코로나19에 빼앗긴 봄 그래도 봄은 오고야 말았습니다 봄이 오면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불러보던 노래가 있었습니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그러나 올해의 봄은 코로나 19로 인해 입과 코를 막아야만 했습니다. 아무리 예쁜 꽃이 피고 꽃이 져도 그 옛..
2022-08-16
세계축제협회 한국지부(회장 정강환)는 CEO과정의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전) 문화체육부 초대 차관이자 1993년 충남도지사였던 박태권 전 지사를 모셔 특강을 벌였다. 인천시는 1977년 유명 건축가가 지은 강의 장소인, '이음 1977'집을 사들여, 『이음1977』라는..
2022-08-12
시골 마을 해는 저물어 가고 어머니는 마루에서 밀가루 반죽하여 홍두깨로 밀었다 돌담 위 자라는 애호박 하나 따다가 듬성듬성 썰어서 끓였던 손국수 몇 가지 반찬에 어머니 마음 같은 국물이 입맛 돋궜던 손국수 맛 그땐 그랬다 어려웠던 시절 우리 육 남매 어머니 손맛 잊을..
2022-08-04
흙(土)이 금(金)을 능가했다. 충남 바다 보령시에 부의 추월차선이 만들어 지고 있다. 서해 뻘에 지천으로 널린 진흙(MUD)이라는 소재 하나가 한 도시를 먹여살리는 동력이 되었다. 대통령을 움직이고, 전세계 전문가들을 방문하게 만들 정도다. 올해 25주년을 맞이하는..
2022-08-02
등 굽은 세월이 멈춰 선 곳 빛바랜 나이테가 묻어있는 옷가지들, 한평생 삶이 비좁은 사물함에 웅크리고 있다 은사시나무 한 그루 가슴에 심고 휘청이던 길 오동잎 지듯 시간의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며 한 발자국씩 다가가는 종착역, 초사흘 달이 창문에 걸터 앉아 안부를 묻는..
2022-08-02
푸른 물결 햇살이 손짓 하던 날 하늬바람 손 잡고 올려다 본 하늘 낮달의 눈물을 보았지 파란 각시풀 논둑에 앉아 훍으로 송편 빚던 소꿉동무들 미소가 하얗게 박꽃으로 피어난다 그리움을 묻어 놓고 산모롱이 돌아간 당신은 수리부엉이 울면 오시려나 오랜 시간이 멈춰 선 곳 내..
2022-07-20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한 '김용복의 청론탁설 북 콘서트', 2022년 7월 16일 오후 3시 한남대 서의필홀. 김용복 선생님의 출판기념회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치, 경제, 교육, 문화, 예술 등 각계각층 많은 귀빈들이 축하하고 기뻐해주는 축제의 장이..
2022-07-04
'불모(佛母)'란,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불교 미술 작가, 즉 불상을 그리는 거장도 '불모'라고 존칭한다. 부처가 이 세상에 마야부인을 통하여 태어난 것처럼, 부처의 모습 또한 화백을 통하여 창조된다. 그래서 '불모' 라고 예우하는 것이다...
2022-06-27
동해 바닷길을 거닐던 그대와 작은 돌을 주워 출렁이는 물결 위에 한 송이 두 송이 물수제비 꽃을 피웠지요 그대는 떠나가고 저 푸른 물결 속에 남아 있는 꽃돌을 찾고 싶어요 갈매기 울음이 머리 위로 떨어져요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스며드네요 지느러미와 꼬리가 없는 나를..
2022-05-10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를 염원하며 대전의 유명가수 허진주가 직접 작사 작곡한 이 노래, '축하합니다'.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홍보영상까지 제작했다 한다. 여자가 여자를 봐도 반할 때가 있다. 허진주 가수가 그랬다. 어버이날, 필자는 평소 부모님처..
2022-04-12
'바다의 토끼'라 불리는 군소를 아시나요? 지난주 울진으로 기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꽃비가 머리칼 봄빛으로 물들이고, 나무 우듬지마다 여린 손가락을 기어이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숲에만 봄이 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해의 은빛 윤슬 아래 조곤조곤 바쁜 집게 몇 마리 미..
2022-03-31
생명이 흐르는 푸른 서식지 걸음이 야생 풀밭에 도착했다 잃어버린 먼 기억을 찾듯 이정표 없는 곳에서 눈이 아리도록 네잎클로버를 찾는다 뿌리에서 밀어올린 네 개의 조각 소리 없는 귀한 무늬가 깊게 숨어있다 손끝에 닿고 싶은, 포튜나 눈을 크게 열고 얼마나 찾아야 너에게..
2022-03-23
봄이면 설레이는 가슴으로 콩콩 뛴다 따스한 공기 따스한 햇살 모든 게 다 행복이다 앙상한 가지에 빼꼼이 신록으로 얼굴을 내밀며 주변은 앞다퉈 아름답게 뽐어져 나오는 예쁜 꽃 행복하다는 감탄의 소리가 연이어 나온다 봄은 행복이며 희망인 것이다
2022-03-08
굴곡진 세상을 바라보던 시선 거두어 온전히 나에게로 향하는 시간 허공에 나부껴 흔적 없이 사라진대도 아쉽지 않을 먼지 같은 인생 그 생을 지켜내기 위해 어둠을 가르며 홀로 걷는다. 모두가 찾아든 발자국에 내 한 걸음 보태어 조심스레 불러 보는 가슴속 불같은 외침. 빛줄..
2022-03-08
고약한 바이러스야 얌전히 물러가거라 동장군보다 시린 펜데믹도 거뜬이 이겨냈다 구수한 너그러움으로 노숙자의 언몸을 녹이고 따스한 부드러움으로 비정규직 멍든손을 감싸주리라 저 만치 봄이 온다 파릇파릇한 밥상 위에서 어머니가 미소 지으신다 향순이가 수줍게 윙크한다 <2022..
2022-02-17
텅 빈 허공을 지키는 달 창문으로 달빛이 넘어온다 빈 종이에 달빛을 담는다 쓰다 만 시를 담아 둔다 너와 나 앞다투어 쓰는 시 세상으로 나간 내 시는 달리지도 못하고 그만 쓰러지고 말겠지 저만치 줄행랑치는 생각들 무엇으로 묶어둘까 A4 용지는 늘 배가 고프다 이제 슬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