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마다 대전역 광장에는 고대령이 가수들을 초대하여 음악 공연을 펼친다. 트로트가 맛깔스럽고 또 때론 구슬프게 울려 퍼져 듣는이의 심금을 울린다. 대전역을 지나치는 많은 여행객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주고, 고달픈 삶에 촉촉한 감정을 선사한다. 뜨거운 여름을 밀어내는 듯, 시원한 바람이 부는 8월의 마지막 일요일. 필자는 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 전기과 1학년 제자 안현우를 데리고 대전역광장 공연장을 찾았다.
원색 양복만을 즐겨입는 '꽃따오' 가수 박현은 어깨 옷깃에 크리스탈 큐빅이 촘촘히 박힌 빨간색 양복을 입고 무대에 등장해 열창을 했다. '꽃따오'는 원래 노래 제목 '꽃길따라 오시렵니까'의 줄임말이지만, 발음은 '꽃을 다오'처럼 들리고, 잘생긴 오빠가 빨강, 노랑, 분홍, 파랑… 양복을 입고 웃으며 노래하니, 꼭 '꽃을 따다 주는 오빠'의 줄임말 같다. '꽃따오' 박현은 "남자인데도 대전역광장이 꼭 친정집 같다"고 너스레웃음을 진다. 그는 현재 한국가수예술인협회 대전지회 수석부회장을 맞고 있다.
마음이 따뜻하기로 유명한 대전의 가수 백하나도 기운이 나는 음료수 두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대표곡 '인생버스'로 무대를 빛냈다.
'꿈을 싣고 달리는 인생 희망 싣고 달리는 인생~ 인생버스에 사랑을 싣고 우리 함께 신나게 달리자~ 가다가다 지치면 서로 마음 달래고, 우여곡절 지나도 운명이라 여기며~ 한 정거장 또 한 정거장 지나가자 인생버스야~'
꿀이 떨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인생버스'와 연이어 '평행선' 두 곡을 사랑스러운 율동과 함께 선사했다. 이에 '꽃따오' 박현 가수도 달려나와 박수를 치며 응원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하나 가수는 노래 실력도 뛰어나지만 인품이 훌륭하다"라고.
고대령, 백하나, 박 현 |
대구 가수 연정이 |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요~/인물은 그래도 내가 낫지요/고사리 손으로 따라주는 막걸리 한잔~/아버지 생각나네/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우리 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 노래 『막걸리 한잔』 중에서
인터뷰에 응하는 안현우 학생과 필자 |
가을의 문턱에서 노래로 한 그림을 그려낸 대전역광장의 풍류가객들… 그 속에 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의 스승과 제자도 함께 있었다. 트로트 가수 데뷔 출연으로 사제(師弟)에게 공동 추억이 생겼다. 선생과 학생이 출연할 수 있게 애써주시고, 허락해주신 김용복 주필님과 고대령 대표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또 박수와 응원으로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 안현우 군에게 칭찬과 힘을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호남 제일 전주 풍남문을 배경으로 전주의 역사, 문화 예술을 품격있게 표현한 '전주아리랑'을 직접 작사하여 부른 가수인 '정연' 씨도 '풍류가객'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음악 종합 연출가이다. 대중가요계의 멋진 중년인 그는 주장한다. "예술가는 풍류를 아는 자이다. 인생과 자연이 예술과 혼연일체되어 그 모든 것의 뜻에 맞으면 풍류다. 그러나 예능적 실력보다 향기나는 인품으로 인격이 먼저 갈고 닦여야만 진정 품격 높은 풍류가 가능하다" 라고.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대 예절과 광장에서의 인정(人情),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가득한 대전역광장 가객(歌客)들. 그들의 향기있고 품격높은 풍류가 대전역광장에서 시작하여 멀리멀리 소문이 나고, 오래도록 퍼져나가길 기원하는 바이다.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장주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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