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대전역광장의 풍류가객(風流歌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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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대전역광장의 풍류가객(風流歌客)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 승인 2022-09-04 10:5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바람 '풍(風)'자와 물흐를 '유(流)'자가 합쳐진 풍류라는 말은 단순한 바람과 물흐름이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흐르는 멋스럽고 자연스러운 기운으로, 천박하지 않고 운치 있는 일이나 음악을 가리키는 예술 용어다. 그래서 풍류가객(風流歌客)이란, 아름답고 시원스러우며, 품격에 맞도록 멋있게 노는 음악인을 뜻한다.

일요일마다 대전역 광장에는 고대령이 가수들을 초대하여 음악 공연을 펼친다. 트로트가 맛깔스럽고 또 때론 구슬프게 울려 퍼져 듣는이의 심금을 울린다. 대전역을 지나치는 많은 여행객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주고, 고달픈 삶에 촉촉한 감정을 선사한다. 뜨거운 여름을 밀어내는 듯, 시원한 바람이 부는 8월의 마지막 일요일. 필자는 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 전기과 1학년 제자 안현우를 데리고 대전역광장 공연장을 찾았다.

원색 양복만을 즐겨입는 '꽃따오' 가수 박현은 어깨 옷깃에 크리스탈 큐빅이 촘촘히 박힌 빨간색 양복을 입고 무대에 등장해 열창을 했다. '꽃따오'는 원래 노래 제목 '꽃길따라 오시렵니까'의 줄임말이지만, 발음은 '꽃을 다오'처럼 들리고, 잘생긴 오빠가 빨강, 노랑, 분홍, 파랑… 양복을 입고 웃으며 노래하니, 꼭 '꽃을 따다 주는 오빠'의 줄임말 같다. '꽃따오' 박현은 "남자인데도 대전역광장이 꼭 친정집 같다"고 너스레웃음을 진다. 그는 현재 한국가수예술인협회 대전지회 수석부회장을 맞고 있다.

마음이 따뜻하기로 유명한 대전의 가수 백하나도 기운이 나는 음료수 두 박스를 들고 나타났다. 그녀는 대표곡 '인생버스'로 무대를 빛냈다.



'꿈을 싣고 달리는 인생 희망 싣고 달리는 인생~ 인생버스에 사랑을 싣고 우리 함께 신나게 달리자~ 가다가다 지치면 서로 마음 달래고, 우여곡절 지나도 운명이라 여기며~ 한 정거장 또 한 정거장 지나가자 인생버스야~'

꿀이 떨어지는 듯한 목소리로 '인생버스'와 연이어 '평행선' 두 곡을 사랑스러운 율동과 함께 선사했다. 이에 '꽃따오' 박현 가수도 달려나와 박수를 치며 응원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하나 가수는 노래 실력도 뛰어나지만 인품이 훌륭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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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령, 백하나, 박 현
대구에서 달려온 가수 연정이는 타이틀곡 '걱정하지마'를 홍보한다. 그녀는 윙크와 함께 머리를 45도 갸우뚱 기울이는 애교와 귀여움을 발산하며 손에 V를 그린다. 지혜로워 보이는 눈동자와 이마에 정수리까지 높이 올려묶은 긴 생머리가 활기차다. 보기만 해도 걱정이 달아나는 명랑한 얼굴과 몸놀림에 모두를 흥분케하는 가창력. 얼마나 신이 나고 잘 부르던지 지나가던 사람들도 멈추어 스텝을 밟으며, '땐스(dance)'를 춘다. 순간순간 던지는 말솜씨도 예의바르고 유머가 있어 품격있다. "대전역광장에 왔으니 대구 사람이지만 대전블루스를 부르겠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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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가수 연정이
고대령 TV가 주관하는 '대전역 광장' 음악 생방송은 매회 1000명 남짓 애청자들이 실시간 접속하여 듣는 유튜브 생방송이다. 이날 처음으로 대전역광장에 참여한 고1 학생 안현우 군은 고대령 TV와의 인터뷰에서 "중1 때부터 트로트를 좋아했다. 발라드를 부르면 안 되던 고음이 트로트를 부르면 이상하게 잘 올라갔다. 전기과 학생으로 공부도 하고 진로도 정하겠지만, 가수도 꿈이다."라고 기특하게 말해 어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안현우 군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이런 무대는 처음이라고 해, 첫 데뷔 무대를 응원하는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 속에 '막걸리 한잔'을 어른 못지않은 구성진 목소리로 불러제꼈다.

아버지 우리 아들 많이 컸지요~/인물은 그래도 내가 낫지요/고사리 손으로 따라주는 막걸리 한잔~/아버지 생각나네/황소처럼 일만 하셔도 살림살이는 마냥 그 자리/우리 엄마 고생시키는 아버지 원망했어요~/아빠처럼 살긴 싫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던/못난 아들을 달래주시며 따라주던 막걸리 한잔~ - 노래 『막걸리 한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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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하는 안현우 학생과 필자
트로트를 부를 때 감정이 더 잘 실리고, 노래에 감정이입이 된다고 하는 안현우 군. 부모님 생각도 나고,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고 고백한다. 아직 어른은 아니지만, 마음 속에 아픔도 있었나보다. '진또배기'는 또 얼마나 잘 부르는지… '배 띄워라 노를 저어라 파도가 춤을 춘다 노래한다 진또배기 진또배기~어허 허야듸야 허야듸야 얼쑤~.' 현우는 트로트를 부르며 청소년기의 슬픔도 이겨내는 힘을 얻고, 부모님 은혜도 느끼며 즐겁게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알고 있는 것이다. 복싱과 근력 운동으로 체력이 나날이 좋아졌다며 자랑한다. 학교도 잘 다니고, 건강하고 희망차게 살고 있는 대전의 청소년인 것이다.

가을의 문턱에서 노래로 한 그림을 그려낸 대전역광장의 풍류가객들… 그 속에 대전도시과학고등학교의 스승과 제자도 함께 있었다. 트로트 가수 데뷔 출연으로 사제(師弟)에게 공동 추억이 생겼다. 선생과 학생이 출연할 수 있게 애써주시고, 허락해주신 김용복 주필님과 고대령 대표님께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또 박수와 응원으로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 안현우 군에게 칭찬과 힘을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호남 제일 전주 풍남문을 배경으로 전주의 역사, 문화 예술을 품격있게 표현한 '전주아리랑'을 직접 작사하여 부른 가수인 '정연' 씨도 '풍류가객'이라는 말을 참 좋아하는 음악 종합 연출가이다. 대중가요계의 멋진 중년인 그는 주장한다. "예술가는 풍류를 아는 자이다. 인생과 자연이 예술과 혼연일체되어 그 모든 것의 뜻에 맞으면 풍류다. 그러나 예능적 실력보다 향기나는 인품으로 인격이 먼저 갈고 닦여야만 진정 품격 높은 풍류가 가능하다" 라고.

실력도 실력이지만, 무대 예절과 광장에서의 인정(人情),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가득한 대전역광장 가객(歌客)들. 그들의 향기있고 품격높은 풍류가 대전역광장에서 시작하여 멀리멀리 소문이 나고, 오래도록 퍼져나가길 기원하는 바이다.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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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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