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佛母, 만성 조기환의 불교 미술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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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佛母, 만성 조기환의 불교 미술을 보고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 승인 2022-07-04 10:5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불모(佛母)'란, 석가모니의 어머니인 마야부인을 의미한다. 그런데 불교 미술 작가, 즉 불상을 그리는 거장도 '불모'라고 존칭한다. 부처가 이 세상에 마야부인을 통하여 태어난 것처럼, 부처의 모습 또한 화백을 통하여 창조된다. 그래서 '불모' 라고 예우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모라고 부르는 이유가 단순히 불상을 그리는 외형적인 작업 때문만일까? 아니다. 내면도 부처를 탄생시키는 숭고한 신심이 있어야 한다. 고독하고 힘든 내적인 수행을 통해 몰입의 최고 경지에 이르러야만 그림속에서 부처님의 힘인 원력이 발산되는 영적인 작품이 나올 수 있다. 불심으로 영혼과 육체가 하나가 되어야만, 불자들이 그림을 바라보기만해도 고개를 숙이고 불성이 우러나오는 부처님의 존영을 탄생시킬 수 있는 것이다.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만성 조기환의 불화전'(2022. 6.27.∼7.3.)에서 거장의 초인간적인 신들린 작품을 접하고 찬사와 감탄이 쏟아졌다. 대전예술가의 집(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심규익)에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불교미술전시가 있다고 하여 평론가 김용복, 시인 이선희, 시인 류지탁 선생님들과 동행했던 것이다. 귀한 작품을 볼 때마다 진심으로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기도가 우러나왔다. 많은 사찰들이 조기환 화백에게 불사를 맡긴다고 한다. 그리고 원래는 불화가 완성되면 사찰에 바로 설치되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뤄져 그간 50 여점의 작품이 임시로 모였다고 한다. 특히 거대한 크기의 후불탱화는 주문이 들어와야 그려지기 때문에 개인전시에서는 거의 구경할 수도 없다 한다. 그런 귀한 그림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소중한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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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조기환의 불화
정진석 국회부의장, 마곡사 취성 원경 주지스님, 최원철 공주시장께서 이번 전시를 축하하는 인사말을 보내와 도록에 담겨 화백을 빛나게 했다. 대전문화재단 심규익 대표이사가 개막식에 참석하여 많은 내빈들과 함께 전시를 둘러봤다. 조기환 불모를 아끼는 미술인들과 스님들도 많았다. 금산 보석사 주지 장곡스님은 축사에서 "임진왜란 이후 전국적으로 소실된 절의 불화를 재건하면서 지역마다 색이 다른 계파가 조성됐다. 마곡사에서 50여년 전 출가 당시 산신각 꼭대기에 금호스님의 공덕비가 있어 인상깊었다. 많은 절에 불화를 그린 훌륭한 금호스님의 후예가 바로 만성 거사님이다. 1981년 논산 관촉사 주지였을때부터 40년 이상 만성 거사와 불화로서 인연을 맺었다. 한결같은 성품으로 불화를 그려왔다. 보석사도 현재 만성 거사님의 불화로 가득하다"라고 존경과 찬사를 표했다.

또 김정수 (충청예술협회 초대작가회장)화백은 조기환 화백 곁에서 그가 문화재청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국가무형문화재가 되길 힘쓰고 있었다. 김정수 회장은 개막식 축사와 함께 아쉬움을 토로한다.

"희소가치있고 훌륭한 문화유산계승자인 조기환 작가가 반드시 국가무형문화재에 선정되어야 합니다. 관심갖고 지켜봐주시고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혼을 바치는 힘겨운 작업이지만 이렇게 놀라운 불화를 탄생시킨 조기환 화백에 대한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라고.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만성 조기환화백을 주목해주길 바란다. 전통을 이어가는 불자의 수가 많지 않은 만큼 우리 문화유산을 아끼고 보존·계승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

만성 조기환 화백은 조선 불화의 전통계승자이다. 조선시대 손꼽히던 화승인 금호스님의 맥을 잇는 분이다. 금호스님은 1860년대 후반부터 1920년대 초반까지 충청남도 공주 태화산에 위치한 마곡사를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며 석가모니 불화 등 전국 사찰에 100여점의 불화를 남겼다. 조기환 화백은 50년간 불화에 전념하며 '금호→문성→일섭→우일 스님→만성' 으로 내려오는 불화 전통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우일 스님의 직속 제자로서 수많은 불화 대작을 조성하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탱화뿐만 아니라 단청, 불상에 금칠을 다시 입히는 개금(改金) 기법의 대가로서 최고의 경지에 올랐고 지금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불화를 전승하는 것에도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대전에 불광 미술원을 설립하고 후학들을 가르치며 불교 미술 전통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그는 오랜 세월 연구와 실험을 통해 습기와 곰팡이를 막아 천년을 이어가는 탱화, 단청을 가능하게 하였다.

만성 조기환의 그림을 보자.

아미타불화가 마음의 평정심을 준다. 연꽃 위에 가부좌를 틀고 세 가닥 빛 줄기가 방사형으로 머리 위로 퍼져나가는 부처님의 형상이다. 둥근 얼굴에 작고 또렷한 눈, 코, 입, 복스러운 큰 귀를 표현한 석가모니 존영이 한치의 흔들림이 없다. 이런 불화를 접하는 우리는 속세의 망상에서 벗어나 분별력이 생기고 맑은 마음을 갖게 된다. 이성적인 교리보다 시각적인 불화가 큰 통찰을 준다. 직관으로 불법을 꿰뚫는 지혜를 갖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렇듯 불화는 단순한 작품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불화를 받들어 모셔 봉안하기도 한다. 부처님과 불보살의 그림이 경배의 대상이다. 불법승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부처님처럼 살아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마음의 힘이 깃든 것이다. 불화가 곧 살아 숨쉬는 부처님 언어이며, 불법의 요체다.

조기환 화백의 실력은 긴 세월 끊임없이 만든 작품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야말로 그는 불심이 붓으로 완성된 보살인 것이다. 나아가 중생들을 위해 붓으로 고행을 하여 자비를 베푼 부처다. 평생을 바쳐 한 길만 달려 원력이 스며있는 불모다. 강한 불심으로 탄생한 작품 앞에서 필자는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의 평정을 찾고, 부처님의 보살핌을 받는 기분이 들며 선한 마음이 생겨난다. 부처나 보살이 자비를 베풀어 중생들을 이롭게 하는 것을 가피라고 한다. 이는 불보살이 법력과 자비의 마음으로 중생에게 영묘한 힘을 더해 주는 것을 말한다. 화폭 안에 이미 큰 힘이 들어있다. 조기환 불모의 완성된 그림을 통해 중생들이 힘을 얻고 부처님을 믿고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길 기대한다.

전시를 경건한 마음으로 모두 둘러보고 김용복, 이선희, 류지탁 선생님들과 저녁 식사자리에 필자의 남편을 초대했는데, 앞 차가 사고가 크게 났다고 한다. 자신도 큰 사고가 날 뻔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부처님 가피를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불화전에서 만난 부처님과 보살님들 공덕 덕분에 화를 면한 것 같 깊은 감사함.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640년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한 마곡사부터 금산 보석사까지 불화를 테마로 한 기행을 가봐야 겠다. 불상에서는 볼 수 없는 석가여래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찾아.

장주영 / 대전도시과학고 교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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