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출판
2018-11-22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은 가득해도..
2018-11-22
혼자였던 아빠가 엄마를 만나고, 마법같은 사랑에 빠진다. 수많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마음을 키워 가족이 된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는 기적이 찾아온다. 콜라주 기법으로 만든 책 『사랑은 123』은 커가면서 나는 누구이며 엄마와 아빠는 왜 엄마와 아빠가 됐는지 궁금해 할..
2018-11-22
슬픈 진실은 탁월함은 사람을 긴장시킨다는 것이다. The sad truth is that excellence makes people nervous.-샤나 알렉산더게티이미지뱅크
2018-11-21
페리맨 클레어 맥펄 지음 | 조영학 옮김 | 더봄 저승의 뱃사공인 '페리맨'을 주인공으로 삼은 장편소설. 기차충돌 사고로 사망한 소녀와 페리맨인 소년의 러브스토리다. 죽음에서 꽃피는 사랑이라는 주제가 신비롭다. 문학관 산책 심소정·이수진·이현숙·이강선 지음 | 가교출판..
2018-11-21
지금도 또렷이 기억한다. 이맘 때면 김현식을 떠올린다. 1990년 11월 1일. 대학 4학년 가을인 듯, 겨울인 듯 스산한 날에 난 대전 시내를 배회했다. 낙엽이 바람에 휘날려 거리는 황량했다. 옷깃을 여민 사람들은 어디로인 지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날따라 친구..
2018-11-21
사람이 친구를 사귀는 데는 분명한 과정이 하나 있는데, 매번 몇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There was a definite process by which one made people into friends, and it involved..
2018-11-20
죽음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패배하고 불명예스럽게 사는 것이야 말로 매일 죽는 것이다. Death is nothing; but to live defeated and inglorious is to die daily.-나폴레옹 보나파르트게티이미지뱅크
2018-11-19
이달 서점들의 줄 이은 폐점 예고에 지역 문화계에서는 향토 서점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향토 서점이 지역 문화를 키우는 공간이라는 점을 참작해, 경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조례 제정 등 적절한 지원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7월 서울을 시작으..
2018-11-19
거기에 그렇게 있는 걸 몰랐습니다. 자연의 생명이 다하는 날, 나무들이 헐벗기 시작하는 그 때에 비로소 알았지요. 늘 그렇게 소년은 책을 읽고 있었나봐요. 한밭도서관 뜰에 맨발로 독서에 열중한 소년 발 아래엔 낙엽이 수북합니다. 책 만큼 위안이 되는 건 없어요. 달빛..
2018-11-19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2018-11-19
지역 토착 서점들이 스러져 가고 있다. 고목처럼 오랜 시간 지역을 지켜온 전통 서점과 신생 독립서점들이 대형 체인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자취를 감춰간다. 대훈서적 부도 이후 같은 자리인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지난 2009년 오픈한 지역 서점 타임문고(타임월드 점)는 경영..
2018-11-18
대전 은행동에서 중앙시장에 가려면 대전천을 가로질러 가야 합니다. 새삼 대전천의 멋진 풍광에 발길을 멈춥니다. 수정같은 시냇물에 청둥오리가 자맥질 하고 손바닥보다 큰 물고기들이 노닙니다. 어른들과 젊은 커플들은 햇볕을 쬐며 이야기꽃을 피우고요. 대전천 한가운데엔 밤섬도..
2018-11-18
"사회의 양극단을 연결하는 중립적이고 균형적인 사고를 후배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지난 15일 둔산동 소재 공간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에세이집 '생각 더하기'를 출간한 소감을 밝혔다. '생각 더하기'는 염 전 시장이 중도일보 아침단상 코너에 5..
2018-11-16
그대와 같이 다선 김승호 오늘의 이 모습 언제고 그대와 함께 만나볼 수 있을까요 무심코 접어든 길목에서 마주한 감동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어 눈과 가슴에 담아 글로 그대에게 전합니다 지금 이 마음은 우리 것입니다.다선 김승호..
2018-11-16
암병동과 특파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단어다. 그러나 세계의 분쟁지역을 취재하기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특파원들, 그리고 암과 우리 몸의 사투를 이어서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 3회 운동하고 술 조절하고 담배도 안 피우는 황 기자에게 병은 어느 날 갑자기..
2018-11-16
난관은 낙담이 아닌 분발을 위한 것이다. 인간의 정신은 투쟁을 통해 강해진다. Difficulties are meant to rouse, not discourage. The human spirit is to grow strong by conflict.-윌리엄 엘러리 채..
2018-11-15
중국 어느 휴양지의 한 호텔에 패키지 관광객들이 모였다. 따로 여행을 왔다가 눈이 맞아 오로지 육체관계에만 몰두하는 커플, 오래전 계획한 환갑 기념 여행을 와서도 자신들의 속사정에 따라 행동하는 여고 동창 삼인방, 끊임없이 서로를 의심하는 신혼부부, 불륜관계지만 부부를..
2018-11-15
대전 성모병원 앞을 걸어가는 중이었다. 휴일 한 낮, 차들도 사람도 초여름의 한가로움을 즐기는 듯 했다. 그 때 오토바이 한 대가 어디선가 나타났다. 젊은 청년이 탄 오토바이는 뒤에 배달통이 실려 있었다. 아마 중국집 배달원인 것 같았다. 신호에 걸려 건널목 앞에 잠시..
2018-11-15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2018-11-15
크리에이티브 클래스 오치아이 요이치 지음 | 김정환 옮김 | 민음사 저자는 스스로를 폭넓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스페셜리스트, '변태'라 칭한다. 창조적 전문성을 지닌 지적노동자를 크리에이티브 클래스라고 부르며 IT화된 세계에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방법을 제시한다. 인권..
2018-11-15
당신의 노력을 존중하라. 당신 자신을 존중하라. 자존감은 자제력을 낳는다. 이 둘을 모두 겸비하면, 진정한 힘을 갖게 된다. Respect your efforts, respect yourself. Self-respect leads to self-discipline. W..
2018-11-14
'뇌는 머릿속에 들어오는 과거, 현재, 미래의 정보를 종합하고 예측하여 맛을 '지어'냅니다. 그러므로 뇌의 본질은 기억이고 맛의 본질도 기억입니다. 따라서 맛은 미각, 후각, 내장감각 같은 감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가 기억하고 이해한 뒤 내리는 해석이 중요합니다...
2018-11-14
"최치언과 그의 시를 보면 잠들지 못하고 방황하는 겨울 북극곰과 그가 남긴 눈발의 발자국이 떠오른다." 김남중 동화작가는 『북에서 온 긴 코털의 사내』의 발문에서 "시를 읽으면 시인이 궁금하다. 그 눈이 무엇을 보기에 일상의 언어를 미끼로 순간의 빛을 낚아채는지 경외와..
2018-11-14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신발 좀 빌어달라 그러며는요 신발을 벗었더랬죠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부축해다오 발이 없어서 그러며는요 두 발을 벗었더랬죠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빌어달라 빌어달라 그러며는요 가슴까지 벗었더랬죠 하늘엔 산이 뜨고 길이 뜨고요 아무도 없는 곳..
2018-11-14
‘말은 보태고 떡은 뗀다’는 속담은 말은 여러 사람에게 옮길수록 부정적인 것이 더해지고, 떡(음식)은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칠수록 줄어든다는 뜻이다. 즉, 말조심해야 함을 빗댄 표현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