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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 좀 빌어달라 그러며는요
신발을 벗었더랬죠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부축해다오 발이 없어서 그러며는요
두 발을 벗었더랬죠
죽은 어머니가 내게 와서
빌어달라 빌어달라 그러며는요
가슴까지 벗었더랬죠
하늘엔 산이 뜨고 길이 뜨고요
아무도 없는 곳에
둥그런 달이 두 개 뜨고 있었죠
시인 김혜순은 몸, 여성의 몸에 천착한다. 남성성이 지배하는 이 땅에서 여성은 다만 남성의 도구로 인식된다. 시인은 외친다. "식민지에 사는 사람은 절대 해탈이 불가능하다. 여성은 식민지 상황에서 살고 있다. 사회학적인 요인이 아니라 유전자에 새겨진 식민지성이 있다. 이때의 여성은 인식론적 여성이 아니라 존재론적 여성이다." 식민지에서 해방되는 여성의 자유는 언제일까.
도솔가는 신라 시대 때 하늘에 해가 두 개가 나타나 왕의 명에 의해 월명사가 노래를 지어 불렀다는 얘기다. 해는 왕을 지칭하는 것으로 왕이 둘이라는 것은 혁명을 의미한다. 왕은 결코 둘일 순 없다.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른바 사회적 혼란을 잠재울 제의가 필요한 것이다.
김혜순의 도솔가는 죽은 어머니와 살아있는 딸의 적대적 관계가 아니다. 모성은 세계를 보듬는 따뜻함이 있다. 모성은 여성만이 갖고 있는 유전자다. 본능적이다. 괴테는 여성성이 세계를 구원한다고 설파했다. 신발을 벗어주고 가슴까지 벗어 빌어주는, 주는 것은 기쁨이란 걸 모성은 알고 있다. 그리하여 하늘에 산이 뜨고 길이 뜨고 둥그런 달이 두 개 뜬다. 모성은 갈등과 파괴가 아니라 화합과 조화로움이다. 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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