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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병동과 특파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두 단어다. 그러나 세계의 분쟁지역을 취재하기 위해 위험을 불사하는 특파원들, 그리고 암과 우리 몸의 사투를 이어서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주 3회 운동하고 술 조절하고 담배도 안 피우는 황 기자에게 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왔다. 그러고는 손쓸 새 없이 몸속을 점령해 나갔다. 그것의 이름은 백혈병. 2015년 10월의 일이다. 백혈병은 인생의 레이스 위에서 앞만 보고 질주하던 30대 기자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방송기자에서 백혈병 환자로 바뀐 그의 투병 생활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책은 그가 백혈병으로 인해 정지해야 했던 시간의 기록이자 그 멈춤 안에서 계속된 성장의 기록이다.
황 기자는 병상에서도 '기자버릇'을 남 주지 못했다. 고열로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눈앞에 나타난 '최순실'을 붙잡으려 했던 에피소드가 대표적이다. 의료 서비스를 받으러 온 외국인과 친구가 되어 그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수술 동의서 쓰는 법, 최고와 최악의 의사 구분법에 대한 기록도 흥미롭다. 어디서든 궁금한 건 못 참고 하고 싶은 말은 해야 되는 성격이 선사하는 통쾌함과 유쾌함은 여느 투병기에서 볼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다.
황 기자에게 투병 일기는 기적을 위한 마음 운동이기도 했다. 글쓰기를 통해 그는 스스로를 치유했다.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는 그의 글을 읽으며 황 기자의 복귀를 응원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을 위해 쓰이는 책의 인세도 치유의 한 페이지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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