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체인에 스러져가는 향토 서점들의 씁쓸한 뒤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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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체인에 스러져가는 향토 서점들의 씁쓸한 뒤안길

타임문고 타임워드 점 내달 폐업
이달 한빛문고·동재문고도 문 닫아
지역 독립서점도 30%가량 사라져

  • 승인 2018-11-19 09:44
  • 신문게재 2018-11-19 6면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타임문고 타임월드점 간판 모습.
타임문고 타임월드점 간판 모습.
지역 토착 서점들이 스러져 가고 있다. 고목처럼 오랜 시간 지역을 지켜온 전통 서점과 신생 독립서점들이 대형 체인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자취를 감춰간다.

대훈서적 부도 이후 같은 자리인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지난 2009년 오픈한 지역 서점 타임문고(타임월드 점)는 경영 악화로 올해 12월 문을 닫는다. 개관 후 9년만이다. 계룡문고와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서점이었던 터라 폐업 소식에 서점 업계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역 대형서점의 폐업은 타임문고(타임월드 점)뿐만 아니다. 2008년 개업해 10년의 역사를 지닌 산성동의 한빛문고는 18일 현재 폐업 진행 중이고, 2009년 운영을 시작한 둔산동의 동재문고는 이달 말 점포를 정리한다.

한빛 문고의 임영호 대표는 "지역 문화 발전이라는 청운의 꿈을 갖고 서점을 시작했지만 거대한 시류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대전 곳곳의 독립서점도 운영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도시여행자'가 포함된 대전 동네 서점 네트워크(가칭)는 지역 독립서점 지도를 제작을 위해 지난 8월 조사한 결과 기존 독립서점 14곳 중 4곳이 사라졌다고 최근 밝혔다. 그간 문화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얻으며 주목 받아온 독립서점들이지만 크나큰 적자폭 앞에서 결국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서점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타임문고와 동재문고가 사라지는 이유는 2016년 오픈한 근처 교보문고 대전점의 영향이 크다.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교보문고 대전점이 지역의 출판 수요를 대거 흡수하면서 타임문고와 동재문고는 광풍에 휩쓸리듯 스러지고 말았다. 산성동에서 명맥을 이어가는 한빛문고 역시 대전에 영풍문고·알라딘 중고서점이 들어서면서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영풍문고는 2011년 대전복합터미널점과 지난해 유성점을 오픈했고, 알라딘은 기존 은행점에 더해 시청점을 2016년 열었다. 2000년대 이후 대세가 된 같은 인터넷 서점의 지배력에 더해, 같은 계열사의 오프라인 매장까지 지역에 침투하면서 향토 서점들은 운영의 가능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옥재 대전서점조합장은 "서점업계는 수험서 시장을 고려해 수능을 전후로 운영 계획을 구상하기 때문에 경영악화로 어려움을 겪은 큰 서점들의 폐업 소식이 지금 잇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토서점들의 안타까운 소식에 조성남 희망의책 대전본부 이사장은 "지역 서점은 책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동시에 지역 문화 발전에 일조하는 공간이기도 하다"며 "대전시와 시의회가 지역 서점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법안을 제정하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안내문구
타임문고 타임월드점 영업 종료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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