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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서걱서걱서걱, 쏴아…. 신불산 간월재 갈대는 그렇게 속삭였다. 왁자지껄 여행객의 수선스러움에도 아랑곳 않고 갈대는 그렇게 서로의 몸을 부비며 살아내고 있었다. 갈대는 왜 울까. 물기 빠진 앙상한 뼈대로 버텨내는 그 몸으로 갈대는 살아있음을 증명한다. 자신의 고통을 아는 걸까. 갈대의 고통은 어디서 오는 걸까.
기차역 노숙자의 깊은 잠은 깨어날 줄 모른다. 구겨진 구두에 신겨진 앙상한 발 뒤꿈치가 대패로 민 나무토막 같다. 몇 겹의 감긴 눈. 군중 속의 노쇠한 노숙자의 죽음보다 깊은 잠은 낭떠러지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쾨쾨한 채소 썪는 냄새가 그를 맴돈다. 비둘기만이 노숙자의 발 아래 한 줌 햇볕 안에서 안식을 구한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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