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2025-02-24
대학 시절 작은 밴드부에서 활동했었다. 교내 행사나 길거리 버스킹이 주 무대였던 굶주린 청년들에게 기업 세미나 초청공연이라는 나름의 큰 미션이 주어졌다. 청춘들은 방학을 모두 바쳐 무대를 준비했다. 합주실이 땀 냄새로 가득 차 습기가 찰 정도로 열심이었다. 열정페이란..
2025-02-17
2025년 2월 10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날 하늘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는 점이다. 언론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이를 대서특필했..
2025-02-09
지난주 아침 집을 나설 때 각오를 단단히 했다. 여러 겹을 껴입고 목도리까지 둘렀지만, 빈틈을 파고드는 찬 바람에 앓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한파 탓에 아침 기온이 영하 10도에 머무르는 것은 물론, 낮 기온도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바깥에 잠시라도 있기 힘들 정도였다...
2025-02-04
매번 되풀이되는 실패를 겪으며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무력감과 상실감을 느낀다. "한다고는 했는데"라는 마음이지만, 결과는 여전히 그곳에 멈춰 있다면 그간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대전교도소 이전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마음이 이렇다. 1984년 유성구 대정동..
2025-01-19
과학기술계 기관장 늑장 선임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고질적이고 상습적이다. 2019년 대덕특구 출입 이후 출연연을 비롯한 기관들의 기관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여러 번 썼다. 나중엔 주어만 바뀔 정도로 상황이 반복됐다. 잘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2025-01-06
2024년은 정말 숨 가쁘게 지나갔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본다면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 지인들에게 2024년을 어떻게 보냈냐고 물어봐도 '나 뭐했지?' 라는 농담과 함께 유독 빠르게 지나갔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본인도 똑같은 마음이기에 그저 공감할 수..
2024-12-18
서울의 봄. 지난해 연말 개봉한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이 일으킨 군사 쿠데타를 시간대별로 그려낸 천만관객 영화다. 사전적 의미로는 우리나라에 민주화 운동 열풍이 불었던 1979년 10월 26일부터 1980년 5월 17일까지를 일컫는다. 그날도 나는..
2024-12-11
벌써 겨울이다. 올해는 어째 한여름의 무더위가 채 가시기 전에 곧바로 한기를 두른 차디찬 바람이 불어온 것만 같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 건지, 기후변화로 한반도의 가을이 짧아진 건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흔히 가을은 수확의 계절로 표현한다. 따뜻한 봄에 씨앗을 뿌려,..
2024-12-09
"소중한 것은 그것이 결여됐을 때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결여를 통해 어떤 것을 사유한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것은 언제나 뒤늦은 후회를 수반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책장에 꽂아둔 책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2012년 이진경 교수가 쓴 '뻔뻔한 시대,..
2024-12-04
50대 후반 택시기사는 중소기업 정년퇴직 후 대출을 끌어모아 1억 6000만원을 투자해 택시 면허와 차량을 구입했다고 했다. 아직은 운전이 서툴러 아침부터 밤 8시까지 하고 집으로 들어간다. 벌이가 많진 않지만, 근근이 생활한다. 부모님을 모시는 그는 생활비를 벌려면..
2024-12-02
행정통합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인구절벽과 수도권 집중화가 갈수록 심각해 지면서 '지역소멸'의 절박함에 뭉치려고 하는 '몸부림'이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생·초고령사회·초인구절벽이라는 '3초(超) 위기'에 직면해 있다. 2050년이면 15세 이상 64세 이하 생산연령인..
2024-11-27
아기 예방접종을 하러 온 병원. 집 주소를 쓰는데, 아파트 이름이 12글자나 된다. 아기를 안고 주소는 주소대로, 긴 아파트 이름은 아파트 이름대로 쓰려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주택에서 벗어나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아파트 생활이어서 더 적응이 안 됐다. 집들이를 하..
2024-11-26
"임금교섭 승리를 위해. 투쟁!" 전국교육공무직연대회의(이하 교육공무직)의 총파업이 전국적인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교육공무직은 조리사, 행정실무사, 돌봄전담사 등 학생들의 학습 환경과 안전을 책임지는 필수적인 존재다. 그러나 그들의 처우 개선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2024-11-13
"에이, 한 명만 낳게? 두 세 명은 낳아야지." 아직 임신도 안 한 신혼부부인 내가 매일같이 듣는 얄미운 말이다. 올해 결혼했다고 하면 항상 따라오는 질문이 아이 계획이다. 나와 남편 역시 아이 계획이 있다. 한 명을 키우는 데 수억이 든다던 두려움을 뒤로하더라도 지..
2024-11-10
2022년 여름이었습니다. 그때도 주말에 아이들과 갑천습지를 걷고 있었죠. 반딧불이 서식처라고 팻말이 있는 오솔길의 한 나뭇가지에 새가 앉아 있었습니다. 마침 해가 지는 때여서, 산책로는 어둠이 진작에 내려앉았는데 새가 앉은 높이의 나뭇가지는 여전히 붉은 노을빛이 비추..
2024-11-06
65세 정년연장. 우리나라가 저출생 및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핵심 키워드다. 행정안전부 공무직 근로자로 시작된 정년연장 논의는 정부 여당 주도하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에 앞서 야당에서도 해당 법안을 수차례 발의했기 때문..
2024-10-30
"아직 잘 모르겠어요." 얼마 전 졸업생 신분으로 대학교 취업선배 멘토로 나선 내가 취업박람회 성격의 행사 현장에서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다.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 공모전 및 경진대회 공략법 등 여러 기술들을 준비한 내가 바보였다. 아직 사회에 첫발을 내딛..
2024-10-28
2023년 교육계엔 많은 일이 있었다. 가장 큰 일은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었고 그로 인해 학교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부분이 드러난 것이다. 현장의 불만과 울분은 뜨거웠고 이례적으로 속도감 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그 요구가 완전히 관철되..
2024-10-07
"사과를 심심하게 해요?"… 한글날(10월 9일)에 관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 요즘 SNS에서 유명한 개그가 현실이 됐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청소년 문해력 문제, 외래어 남발, 몰아치는 신조어 등 한국 사회는 알아갈 수 없는 언어들에 잠식되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
2024-10-06
최근 인터넷을 보다가 경악스러운 글을 봤다. 대전 성심당이 임신부에게 프리패스 제도를 제공한 것을 두고 '불공평'하다는 일부 네티즌들의 의견을 보고서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임신부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바라보는 일부 시각들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성심당은 임신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