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잃고 나서야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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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잃고 나서야 보이는 것

사회과학부 오현민 기자

  • 승인 2025-02-17 17:24
  • 신문게재 2025-02-18 18면
  • 오현민 기자오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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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민 사회과학부 기자
2025년 2월 10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날 하늘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는 점이다.

언론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이를 대서특필했고 많은 사람들은 그 내용을 접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한 원인과 배경을 철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일부에서는 너무 성급하게 특정 집단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학교 안전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며 이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사들을 일괄적으로 의심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가해 교사의 행동이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학생을 보호하고 지도해야 할 교사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교육계 전체가 반성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다. 단순히 특정 교사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떤 문화를 조성할지 논의할 때다.

학교 내 구조적인 문제부터 탈피하는 게 급선무다. 사건이 발생한 후에야 사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이 마련돼야 한다. 학교 안전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체계 전반의 신뢰와 직결된 사안이다. 모든 학생이 안전한 환경에서 배울 수 있도록 시스템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이 가져온 충격과 슬픔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감정적인 대응에만 머물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비방과 무책임한 발언들이 넘쳐났다.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인신공격, 확인되지 않은 루머의 확산, 감정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사건을 파헤치고 돌아보는 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 익명성 뒤에 숨은 무책임한 비난이 아니라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한 생명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마저 감정적인 논쟁 속에서 사라지게 둬서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같은 비극이 반복될 수도 있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도 있다.

우리는 깊은 슬픔 속에 있지만 이 슬픔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먼저 떠나간 하늘이를 기억하며,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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