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민 사회과학부 기자 |
2024년을 회상해 보면, 기자로서 하루하루 새로운 이슈를 쫓으며 살았을 뿐 나의 이야기를 돌아볼 틈이 없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며 뛰어다녔지만 정작 자신은 어디에 있었는지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취재내용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떠오르지만, 그 안에 내가 있던 자리는 희미하기만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하루를 떠올려 보려고 해도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다. 그저 정신없이 바쁘고 치열했던 장면들만 흐릿하게 스쳐 지나갈 뿐이다.
기자로서 사람들의 삶과 목소리를 세상에 전하는 일은 분명 가치 있고 중요한 일이다. 2024년 마지막까지도 수많은 이슈와 사건이 있었고 크고 작은 뉴스 속에서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그 가운데에서 묵묵히 기사를 작성하며 누군가에겐 항의 전화를 받기도 하고 감사 인사를 듣기도 했다. 뭐가 됐든 누군가 내 기사를 읽고 힘을 얻는다는 것을 느꼈을 때 뿌듯함과 책임감을 새삼 느낀다. 하지만 그 뒤에 남는 감정은 항상 공허함이었다. 삶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을까. 타인의 이야기를 정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갔지만 자신에게 소홀했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기자로서의 첫해는 아쉬움만 남는다.
이 글을 쓰기 전, 먼지가 눅눅히 쌓여있던 초등학생 때의 일기장을 꺼내 읽어봤다. 별 내용은 없었지만 그때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상세히 그려지는 경험을 하며 기록의 힘을 오랜만에 느꼈다.
과거의 일기를 읽고 2025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그동안 기자로서 쫓아왔던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또 내가 누구인지 기억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이는 기자로서 기록할 이야기에도 더 진정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든 메모든 상관없이 짧게라도 오늘의 감정을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이러한 시간이 쌓이면 2025년을 돌아볼 때 조금 더 선명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앞으로 남은 시간 중 가장 젊은 지금, 이 순간의 기록을 통해 30년, 40년 후에도 오늘의 나를 다시 꺼내볼 수 있길 기대하며 첫 페이지를 채운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때의 나도, 그때의 감정도 점차 희미해지겠지만 기록으로 남겨두면서 그 순간의 온기와 의미를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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