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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
결론적으로 공연은 무산됐다. 주관사 내부적으로 대학생 공연을, 그것도 악기 설치하기 번거로운 밴드공연을 열 필요가 있냐는 논란이 일어 없던 일로 하게 된 것이다. 페이를 못 받는 다는 말에도 괜찮던 속이 공연 무산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혼자 자그맣게 외쳤다. '뺏어갈 게 없어서 기회를 뺏어가냐!'
비슷한 일이 올해 대전에서 일어났다. 36년을 별 탈 없이 이어온 대전광역시 미술대전이 올해 첫 무산위기에 놓이면서다. 누군가는 처음 듣는 행사일 수도 있겠지만, 대전광역시 미술대전은 매년 1000여 명의 참가자를 유치해온 지역 미술계 큰 행사다. 지역 대학생이나 청년들을 대상으로 해 신진 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거나 간혹 미술계 만학도들의 특별한 데뷔무대가 돼 왔다. 더군다나 미술대전은 대전에서 가장 대표적인 미술관인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려 신진 작가들에겐 아주 영광스런 데뷔무대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올해는 이 무대가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11월 4일 대전미술협회는 미술대전을 개최하기 위해 대전시립미술관 대관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며칠 뒤 돌연 취소 통보를 받았고, 이어 11월 25일 열린 재공고에도 탈락했다. 그 사이에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가 열려 대전 미술대전의 특혜 논란 등으로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당시 행감에서는 대전의 이름을 걸었지만 출품비로 영리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과 대관 결정 당시 대전시립미술관 운영위원회의 정족수가 미달된 점이 거론됐다.
당시 행감에서 언급된 미술대전 집행 규모는 왜 실제 집행 규모와 차이가 나는지, 미술대전의 미술관 대관과 시 지원은 왜 하필이면 2025년도에 약속한 듯이 취소가 됐는지, 대전시립미술관 운영위원회에는 언제부터 대전미술협회 회원이 5명이나 포함돼 있었는지 등등 아직도 풀어야 할 질문들이 많이 남아있지만, 가장 궁금한 건 올해 미술대전은 개최될 수 있는가이다.
여러 유관 기관이 기 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신진 작가들은 출품작을 준비하고 있다. 그림을 그리면서 '여름엔 고흐의 작품이 걸리는 그 곳에 겨울에는 내 작품이 걸려 있을거야'라는 희망 섞인 고뇌를 뱉어내고 있을 것이다.
유관 기관이나 관계자와 취재하며 꼭 마지막에 물어본다. 올해 대전 미술대전 개최에 대해 논의하고 계신 바가 있으신가. 다들 장황하게 대답한다. 협회가 어쩌구 기관이 저쩌구. 그래서, 작가들 계속 출품 준비해도 될까요?
/최화진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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