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칼럼
2022-05-25
대전은 도시가 열리기 이전까지 대전 천변의 한촌에 불과했다. 일제강점기 대전에 거주했던 일본인 다나카 이치노스케가 1917년 편찬한 '조선대전발전지'에는 "대전은 잡초가 무성한 들판과 강가의 모래밭을 메워 만든 땅이며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낮은 지형이다"라고 서..
2022-05-18
시민과 함께 지역문화예술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주장과 구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시민주도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법과 제도가 구축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20년 만에 체계화된 '지역문화진흥법'에는 문화정책에서의 참여민주주의와 정책 거버넌스를 실현할..
2022-05-11
아침마다 먼 산을 바라본다. 뿌옇던 산이 푸르스름하더니 연초록 옷을 갈아입고 산 벚꽃 수를 놓았다. 이제는 초록 세상으로 변해 송홧가루 날리며 아카시아 향내 풍긴다. 아침마다 수밋들 강변을 걷다 보면 물고기가 첨벙대며 사랑을 나누고 민들레는 벌써 씨앗을 날려 자식들을..
2022-04-27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 1904-1989) 전시를 보려고 아침 일찍 서울행 기차를 탔다. 몇 달간의 전시에 이어 막바지 연장전을 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예약했다. '이 천재를 못 보면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 말이다. 초현실주의 작가 달리는 1..
2022-04-20
대전은 경부선철도의 부설과 함께 발전한 근대도시이다. 넓은 밭과 논이었던 곳에 철로가 놓이고 대전역이 개통되면서 들판이었던 주변 경관은 완전히 다른 도시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격자체계의 도로망이 만들어지고 도로변에는 상점들이 지어지고 백화점과 은행, 시장 등이..
2022-04-13
필자는 아마추어 합창단과 성가대에서 오랫동안 단원으로 활동해 왔다. 30년 전 합창단원으로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올랐던 일은 평생의 자랑거리기도 하다. 최근 합창단 연습 도중 지휘자로부터 우습지만, 의미심장한 얘기를 들었다. "합창단에서 여러분 한분 한분이 얼마나 중요..
2022-04-06
1인당 국민소득 3만 5000달러 시대에 우리 문화예술은 어떤가. 이 질문에 앞서 문화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안녕한가. 생산자가 불안하거나 안녕하지 못하면 문화예술에 대해 안부를 물을 필요가 있겠는가. 5월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이런 정책..
2022-03-30
21세기는 문화시대다. 문화는 그 나라의 경쟁력이며 국가의 힘이다. 연정 고 임윤수 선생은 일찍이 '국악'이 세계적인 음악이 될 거라고 예견하고, 평생 국악 계몽운동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선각자다. 연정 선생은 1917년 당시 경북 영천 팔공산 자락에서 5남 2녀의 장남..
2022-03-23
대전은 삼대 하천이 도심을 흐르는 수변 환경이 좋은 도시다. 유년 시절을 회상해보면 원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주변에는 논과 같은 습지가 많았다. 어릴 적 논길을 혼자 걸어갈 때 길가에 둠벙(물웅덩이)이 있으면 물귀신이 물로 당긴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무서운 마음에 잰걸..
2022-03-16
올해도 코로나 상황에서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공모가 마무리되고, 선정단체들은 개강준비가 한창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예술교육 지원정책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과 국가 문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규모와 대상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사회문화..
2022-03-09
어쩌다 노루를 만나 걸음을 멈칫하면 노루도 멈칫 서서 낯설다는 눈빛 남기고 눈 깜짝할 사이에 숲속으로 사라진다. 쫑긋 세운 귀에 까맣고 동그란 눈동자 누런 모직 옷에 긴 다리가 짐승 중에 가장 날씬한 몸매다. 짐승 중에 달리기 실력이 가장 빠른 선수일 거다. 가까이할..
2022-03-02
지난해에 하반기 프로젝트로 여성 1인극을 기획했고, 겨울 동안 조심스럽게 연습을 진행하고 공연을 올렸다. 공연은 '장 콕토'의 희곡 작품인 '목소리'다. 5년 동안 사랑한 남자가 전화로 이별을 통보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여자의 심리를 '전화'라는 매..
2022-02-23
2010년 7월 한 여름날이었다. 30도가 훌쩍 넘는 매우 무더운 날씨에 대전의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주민들에게 오래된 건물이 있는지 수소문하면서 근대문화유산을 조사하러 다니던 중 세천동에서 아저씨 한 분이 '터널' 이야기를 해주셨다. "일제강점기에 만든 건데 안 쓴..
2022-02-16
과학의 고도화는 문화와 연계를 넘어 융합으로까지 발전하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문화산업을 창조하여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는 문화경제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문화경제시대에 문화의 산업화는 가속화되었고, 문화가 가지고 있는 순수의 목적인 인간의 자아실현에 대한..
2022-02-09
오는 3월 말 드디어 '세종예술의전당'이 정식 개관한다. 2010년 8월 기본계획을 세워서 2021년 5월에 완공됐고, 수많은 어려움과 여러 과정을 거쳐 드디어 정식개관을 앞두게 됐다. 첨단 시설을 갖춘 전문공연장의 탄생은 그동안 기대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세종시민과..
2022-02-02
봄도 오지 않았는데 여름휴가 타령이다. 꽃샘추위도 남았고 대선 시계도 열심히 돌아간다. 무엇보다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봄 언저리에 피었다 지는 꽃봉오리 몇 번 만나고 나면 여름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제목처럼 20대 대통령은 '시 읽는 대통령'이라는 뉴스..
2022-01-26
임인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지나가고 있다. 필자는 동해의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면서 새해 소원을 마음속으로 빌고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한 해를 시작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새해 첫 달을 보내면서 신년에 세운 계획들이 흐트러지지 않게 마음을 다잡아보는 시간이 지..
2022-01-19
대전에서 오래 살던 사람들은 대부분 '서대전삼거리', '대흥동로타리', '열두공굴' 같은 단어를 알고 있다. 대전이 교통의 도시인지라 전부 교통과 관련된 말들이다. 지금의 서대전네거리는 원래 삼거리였는데, 원도심에서 도청을 지나 용두동고개를 넘어 논산과 유성으로 가는..
2022-01-05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화자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문화자치를 위해서는 지역 내 공동체가 공감하고 공유하는 지역문화를 어떻게 준비하고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실질적인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산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재 문화자치는..
2021-12-29
한 해를 마무리하는 섣달그믐날 밤에는 함박눈이 하얗게 내렸으면 좋겠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 동안 있었던 얼룩을 함박눈이 소복이 내려 덮어주었으면 그리하여 새해 아침에는 하얀 설날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묻어주고 시끄러운 뉴스도 덮어주어 까치 소리..
2021-12-22
현재 공연계 시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예술 생산 지형도 변화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미디어의 발전으로 이어져 예술 창작 방향성을 크게 변화하게 하였다. 거기에 코로나 19 정국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공연계의 몸부림은 장르의 융복합 시도로 짧은 시간에..
2021-12-15
한 편의 연극이 거의 100년 전 에피소드를 무대에 올렸다. 이제는 먼 과거의 인물인 스탈린(1878-1953)과 관련된 이야기다. 이야기 중심인물은 스탈린이 아니라 그와 동시대 인물인 미하일 불가코프(1881-1940)다. 원래 의사였던 그는 레닌이 주도한 러시아 1..
2021-12-08
한 해가 저문다. 또 나이를 먹는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슬픈 일만은 아니다. 삶의 연륜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에 나열한 문장들은 잘 살고 있는 분들의 모습이다. 이런 모습 나도 꿈꾼 적이 있다. 그렇게 살 수 있을 거라고 나에게 믿음도 주었다. 가끔씩..
2021-12-01
2020년 5월쯤 한 신문사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을 터 이들에게 음악으로 힐링할 수 있는 곡을 추천해 달라는 것이었다. 넷 킹콜의 '투영(too young)'과 실 오스틴의 '데니 보이(Danny boy)' 두 곡을..
2021-11-24
저녁 산책길을 나서는데 가로수 길에 노란 은행잎이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나뒹군다. 은행잎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얼굴들이 그려진다. 낱장의 흑백 사진이 이내 천연색 동영상으로 변하여 이마 위 하늘에 영화관 스크린처럼 나타난다. 갑천을 따라 서쪽으로 걸어간다. 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