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새 정부에 바라는 문화예술정책

  • 오피니언
  • 문화人 칼럼

[문화人칼럼] 새 정부에 바라는 문화예술정책

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대표)

  • 승인 2022-04-06 16:13
  • 신문게재 2022-04-07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김희정=미룸갤러리관장
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대표)
1인당 국민소득 3만 5000달러 시대에 우리 문화예술은 어떤가. 이 질문에 앞서 문화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안녕한가. 생산자가 불안하거나 안녕하지 못하면 문화예술에 대해 안부를 물을 필요가 있겠는가.

5월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의 문화예술정책에 이런 정책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거들어 본다.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은 있지만 어쩌겠는가. 문화예술 이대로 두면 대부분 흥부가 되고 말 것인데…. 나만 흥부가 되면 괜찮은데 돈만 가진 놀부가 주위에 득실거리면 세상은 지금보다 더 험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고려와 조선 시대의 도자기를 예로 보자. 전문가는 아니지만 고려의 도공과 조선의 도공에 대한 대우가 달라서 대우받은 수준만큼 도자기의 예술적 차이가 생겼다고 나는 본다. 미의 기준이 각자 다르다고 해도 도자기에 대한 예술적 가치는 한눈에 봐도 알 수 있다. 조선사회의 실용주의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예술에 실용주의 운운하면 예술이 아닌 기술이 된다.

얼마 전 대전문화재단 문화예술지원사업 공모 결과가 나왔다. 예상하던 대로 문화재단에 어떤 말을 해봐야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문화재단의 상급 기관인 대전광역시에 말을 해도 변화 없이 시간만 낭비했다. 이제 남은 건 새로운 정부가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말만 경청하겠다고 하니, 이런저런 부탁의 말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지하든 안 하든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문화예술인이기에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낸다.



내가 속한 문학에는 작가에게 지원금을 직접 줘서 작품을 출간하는 창작지원 사업이 있고, 이미 출간된 작품집을 나눔 도서라는 이름으로 출판사에게서 구매하는 출판사지원 사업이 있다. 그밖에도 몇몇 정책이 있지만, 시인에게는 이 두 가지가 가장 몸에 와 닿는 정책이다. 작가 지원사업은 지역문화재단과 아르코에서 출판지원사업은 콘텐츠진흥원에서 지원하는데 시인인 나는 보통 지역문화재단에서 창작지원금을 받는다. 3년에 한 번 대전문화재단에 응모해서 통과되면 시집 출간비용으로 3백만 원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이 출간비용을 받다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3년에 한 번 주는 출간비용보다 차라리 작게나마 매달 일정하게 주는 예술생계지원금이 어떨까.

이 지원금을 일 년으로 나누면 한 달에 25만 원씩이고 3년으로 나누면 9만 원 된다. 턱도 없이 적다. 금액을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는 돈이다. 나도 그 목소리에 동의하고 찬성한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을 늘려달라고 말한들 표도 안 되는 문화예술인들에게 자비를 베푼 정부가 지금까지 있었는가. 단순한 계산이지만 한 달에 9만 원이라도 매달 정해진 날짜에 통장에 입금되면 물감값에라도 보태고 담뱃값, 소주 몇 병이라도 규모를 세워 소비할 수 있다. 그 작은 안정감이 젊은 작가들이 불안정한 의식주에 골몰하느라 생계에 매몰되거나 자괴감에 무너지는 일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문화예술을 하느라 의식주는 이미 포기했고 작품 재료비도 구하지 못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주변에 넘친다. 예술이라는 들판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에게 창작발간비로만 쓸 수 있는 문예진흥기금은 먹고 나면 더 목마른 소금물 같은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어느 곳이든 생활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모두 가난할 것 같은 예술이라는 들판에도 천막에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텐트에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은 문화예술 지원 사업에 손을 내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데 씁쓸하다. 이분들 역시 튼튼한 건물 없기는 마찬가지로 춥다.

그래도 국가지원사업은 어려운 사람이 우선이니 새로운 정부는 지금의 지원사업제도를 정비하고 노숙하는 문화예술인을 선별해 1인 당 9만 원이 되더라도 예술인 기본소득을 시행했으면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