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원 세종시문화재단공연사업본부장 |
최근 합창단 연습 도중 지휘자로부터 우습지만, 의미심장한 얘기를 들었다.
"합창단에서 여러분 한분 한분이 얼마나 중요한 줄 아십니까? 여러분 중 단 한 명이 이 모든 음악을 망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20년 전 대전으로 회사를 옮겨 모든 것이 생소할 때를 떠올려본다. 처음 간 장소는 항상 어느 점과 점으로 분리되어 인식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고, 1~2년이 지나서야 선들이 모여 입체적인 경로들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었다.
합창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각자의 점으로 따로 부르는 소리는 별로일 수 있지만, 그 점들이 모인 입체적인 합창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느껴지니 말이다.
어느 때는 한 파트가 드러나도록 다른 파트의 소리를 줄여야 하고, 솔리스트를 위해 아예 노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 큰 소리를 내고 싶지만 참아야 하며, 항상 남의 소리를 잘 듣고 어울리도록 자신을 조절해야 한다.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 더 크게는 국가운영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수많은 조직과 구성원 중 어느 한 부분의 목소리만 커지고 강조된다면 아름다운 조화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더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합창단원이든 직장 동료든 누군가 자기 역할을 하지 않고 아예 아무런 작동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이 노래를 참는 일이든 가만히 지켜보는 일이든 각자 맡은 역할은 꼭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멈춰 서거나 틀어지거나, 반드시 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올해 세종예술의전당은 다양한 합창공연을 마련했다. 7월 국립합창단의 '나의나라', 8월 영국 런던의 '리베라 소년합창단', 12월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초청공연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합창단마다 단련해 온 각기 다른 하모니와 아름다운 음색을 관객에게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벌써 마음이 설렌다.
우리는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통해 합창의 매력을 경험했고 공감한다.
박칼린의 지휘로 유명해진 '남자의 자격 합창단'은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최근 한 방송국의 프로그램에서는 시니어 연예인들이 합창으로 인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고 있다.
합창의 매력은 일반인과 유명인,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 모두가 함께 참여해 듣는 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이지만, 반대로 합창단원들 스스로 더 큰 감동으로 위안받기도 한다.
그게 꼭 프로합창단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아마추어 합창단이 더욱 진한 감동을 전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내가 활동하는 합창단 지휘자가 말한 것처럼 자신이 그 음악에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활동한 합창단이든 합창공연을 준비하는 직장이든 우선 나부터 잘해야겠다. 아름다운 조화를 위해, 모두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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