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시 읽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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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시 읽는 대통령

김희정 시인(미룸 갤러리 관장)

  • 승인 2022-02-02 13:34
  • 신문게재 2022-02-03 1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김희정=미룸갤러리관장
김희정 시인(미룸갤러리 대표)
봄도 오지 않았는데 여름휴가 타령이다. 꽃샘추위도 남았고 대선 시계도 열심히 돌아간다. 무엇보다 3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봄 언저리에 피었다 지는 꽃봉오리 몇 번 만나고 나면 여름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제목처럼 20대 대통령은 '시 읽는 대통령'이라는 뉴스를 듣고 싶은 욕심에 미래의 시간을 당겨왔다.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하기에 여름휴가를 간다. 휴가 때 읽을 책을 준비한다. 필부들은 일상에 쫓겨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대통령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휴가에 따라가는 책이 광고처럼 뉴스가 되기도 한다.

책을 읽지 않는 것에 대한 사람들 생각을 들어보면 바쁘니까, 책 읽을 마음의 시간이 없어서, 이유도 가지가지이지만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은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을 들으면 수긍이 간다. 뭔가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도 물질을 얻는데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책(자기 계발서)은 문학책에 비해 여전히 사람들 손을 탄다.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한다. 대통령이 국정에 힘을 쓰다 외로운 결단을 내릴 때, 시를 읽으며 그 시간을 벗어났다는 말을 듣고 싶다. 2022년 이런 지도자가 세계적으로 몇 명이나 될까. 솔직히 이런 통계를 본 적이 없어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다.



내 생각에 몇몇 분은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사람인가. 하며 점잖게 나무라는 사람도 있고, 네가 시를 쓰니까 별 허접한 상상을 다 한다고 말할 것도 같다. 기왕에 한 상상이니까 욕을 먹더라도 좀 더 안으로 들어간다.

대통령이 국민을 위한 신년사를 하고 끝 무렵에 시 한 편 낭송하는 모습 어떤가. 상상만 해도 즐거워진다. 어떻게 하면 국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이 강하고 더 잘 산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도 좋지만 이런 고민 끝에 읽었다는 시 한 편, 대통령의 목소리로 낭송한다면 불편한 국민 몇 명이나 될까.

숫자에 매인 삶에서 숫자가 아닌 통계가 아닌 그래프가 아닌 감성지수를 정화할 수 있는 감정통계를 생각한다. 비록 국민은 대통령께 우리를 잘 살게 해달라는 말을 앞세운다고 해도 대통령은 그런 국민에게 그렇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다짐하는 마음으로 숫자 대신 시를 읽어준다면 지지율이 걷잡을 수 없이 떨어질까.

지금의 대한민국 경제 수준은 세계에서 볼 때 열 손가락 안에 있다. 대중문화는 세계시장에 나가 선진국이라는 나라들과 어깨를 견줄만한 분위기가 작년에 몇 번 뉴스를 탔다. 이에 힘입어 사람들도 문화에 대한 생각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작금의 세계는 무역 전쟁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물건을 만든 기업들의 고민은 인간을 위한 편리한 물건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지만, 그것에 감성을 보탤 생각을 한다. 아무리 편리한 기술이 나온다고 해도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지 않으면 그 기술은 온기 없는 쇠붙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들의 입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문화예술을 꺼냈다. 군수가 되었든 시장이 되었든 가리지 않고 자신의 지역을 문화예술이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대통령이 먼저 시 한 편을, 소설의 한 문단을, 수필 이야기를 하는 모습 보고 싶다. 먹고 사는데 바쁜 국민을 위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시민을 위로하면서.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을 빌려 오지 않더라도 앞으로 대한민국의 먹거리는 문화예술을 입은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시장에서 사장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 말에 고무돼 시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상상을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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