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2021-08-19
눈을 뜨니 여름이 가버렸다고 영화가 말합니다. 여름이 가고 있습니다. 날씨는 아직도 덥지만 거리엔 떨어진 나뭇잎이 뒹굴고 있습니다. 모처럼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을 찾았습니다. 김종재 감독의 '생각의 여름'은 여름 한 날 지루하게, 무기력하게, 그러면서 의미를 찾으며 시..
2021-08-05
흡사 반 고흐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 같습니다. 남한 사람, 북한 사람 나눠 앉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바듯이 랜턴과 촛불을 밝혀놓고 늦은 저녁을 먹습니다. 급박해진 소말리아 내전으로 먹을 게 넉넉지 않은 것은 한국 대사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밥, 김치, 깻..
2021-07-15
이 영화는 블랙 위도우인 나타샤 로마노프의 전사(前史), 즉 이전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영웅의 이전 이야기를 보여준 본 시리즈를 떠오르게 합니다. '본 아이덴티티'(2002), '본 슈프리머시'(2004), '본 얼티메이텀'(2007) 등에 등장한 주인공은 이전의 영웅..
2021-06-17
높은 신분의 엄마로부터 버림받은 아이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영화는 '백설공주'와 유사합니다. 아버지는 나오지 않습니다. 조력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비슷합니다. 그러나 주인공은 마냥 선량하지 않으며, 백마 탄 왕자에 의해 구원받지도 않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살아갑니다. 도..
2021-06-03
상반기도 마지막 달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배우 윤여정이야말로 상반기 대한민국의 주인공이라 할 만합니다. 물론 '미나리'(2021)로 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말입니다. '미나리' 속 연기보다 시상식에서의 수상 소감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은 점은 특이합니다...
2021-05-20
영화의 원제목은 'The courier' 즉 운반원 혹은 배달원입니다. 60년대 초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배치 등을 놓고 경쟁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른바 냉전이 악화 일로를 걷던 때입니다. 수세기에 걸쳐 세계의 패권을 쥐었던 유럽 국가들이 두 차례의 세계 대전..
2021-04-29
이 영화를 보고 영화관에서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어서 인기 있는 대작 영화가 상영관을 여러 개씩 차지하는 와이드 릴리즈 방식이었다면 이런 영화를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을까? 전 세계 관객을 노리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비싼 수입 비용도 그렇지만..
2021-04-15
제목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뜻이면서 육체성에 대한 부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상은 살아있는 존재이고, 당연히 육체를 지닌 사람입니다. 영화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의미 부재와 함께 나이가 듦에 따라 육체적 존재감이 사라져 가는 남자를 이야기합니다...
2021-04-01
넓고 큰 바다. 한참 뒤 그 위로 작은 배가 떠 갑니다. 그리고 섬. 거기 사람들이 삽니다. 바다와 더불어 고기도 잡고, 밭도 일구며 가난하게 사는 이들. 뭍에서 높은 벼슬 하던 선비가 유배를 옵니다. 하늘로 불리는 임금 곁을 떠나 낮고 낮은 변방의 끝 절해고도에 떨어..
2021-03-18
참 기이한 일이었습니다. 보통의 영화들과 많이 달랐습니다. 영화관을 가거나 혹 다른 매체로 영화를 본다는 건 대체로 현실을 잊고, 영화가 만들어내는 세계 안으로 빠져드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 보통의 경우 영화에는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여러 장치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2021-02-17
영화 '새해전야'는 시간을 다룹니다. 한 해가 저물고 곧 새해가 밝아오려 합니다. 공평무사한 시간이지만 그 안에 새겨진 결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이는 돈 때문에, 어떤 이는 사랑 때문에 사연은 다르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힘들고 지쳐 있습니다. 선의와 희망을 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