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새해전야' 포스터 |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관계의 어려움에 놓여 있습니다. 이혼한 지 오래되었거나, 막 이혼했거나, 결혼하기 직전인데 심각한 상황이거나, 결혼까지 생각했지만 깨져버린 상황 등입니다. 표면적으로는 각기 다른 사람들 간의 문제이지만, 안으로는 여러 갈래의 고리가 얽혀 있습니다. 네 커플의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면서 또한 각 에피소드 속 인물들의 관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행사 대표의 결혼 자금을 횡령한 동료를 체포한 경찰이 스노우보드 선수의 운동을 관리하는 여자의 신변을 보호합니다. 그리고 스노우보드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 관리 요원이 깨진 관계의 아픔을 떨치려 먼 여행을 떠나려는 일을 결혼 자금을 횡령당한 여행사 대표에게 의뢰하는 식입니다.
우울하고 희망 없기는 영화 속 인물들이나 관객이나 다르지 않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 마스크 쓰지 않을 때 만든 이 영화가 이제야 관객 앞에 상영되는 상황도 그러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련된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애가 타고 견디기 힘들었을까? 한 편의 영화가 관객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떠올리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의 상황은 그들에게 절망의 수렁일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영화 한 편 마음 놓고 상영관에서 보기 어려웠던 관객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단절된 시간의 선 다음에 다시 희망의 점을 찍습니다. 위태롭거나 끊어진 관계를 억지로 봉합하지 않습니다. 대신 우연히 다가왔거나 생각지 않던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위로와 희망을 보여줍니다. 내일은 다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다는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다시 희망의 시간을 바라보는 영화의 태도가 미덥고 따뜻합니다. 묵은해와 새해는 실상 그저 하루 차이일 뿐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시간에 대한 희망은 영화 속 인물들뿐 아니라 우리들 관객에게도 필요합니다. 영화는 가장 어두운 때가 바로 해뜨기 직전의 시간이라는 오래된 진실을 붙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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