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오스카 인스타 |
상반기도 마지막 달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배우 윤여정이야말로 상반기 대한민국의 주인공이라 할 만합니다. 물론 '미나리'(2021)로 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지만 말입니다. '미나리' 속 연기보다 시상식에서의 수상 소감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은 점은 특이합니다. 그것은 영화의 늙은 할머니 역할보다 진솔하고 약간은 도발적인 시상식에서의 모습이 그녀의 진면목에 가깝기 때문 아닐까 합니다.
그녀는 올해로 만 74세의 노년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에게서 전통적이거나 한국적인 여성상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김혜자, 고두심, 강부자 등등의 배우들이 보여준 양상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오히려 전도연, 문소리, 고현정 등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 캐릭터의 원조 격일 수 있습니다. 중국의 영화자료관에서 발굴하여 2006년 일반에 공개된 1936년 작 '미몽'의 주인공 애순(문예봉 분), 1956년 작 '자유부인' 속 선영(김정림 분)을 잇는 캐릭터입니다.
구한말로부터 시작된 서구식 근대화는 도시와 농촌이 다르듯 남성과 여성이 또한 그러했습니다. 영화 속에서도 남성들은 집 밖에서는 근대적이면서도 집 안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전통적이었습니다. 외출할 때는 양복, 귀가한 뒤에는 한복을 입은 것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그 와중에 여성들에게는 전통적인 성격이 강요되었습니다. 오래도록 계속된 신파 영화의 과도한 애상적 정서가 이와 관련됩니다.
그러나 윤여정은 달랐습니다. 그녀는 해방 이후 세대이며 서울에서 나서 자랐고, 근대적 교육을 받았습니다.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했고, 십수 년 뒤 이혼하여 한국으로 돌아온 이력이 고스란히 그녀의 캐릭터에 이어졌습니다. 전형적인 한국 여성이기보다 낯설고 새로운 근대적 여성이었습니다. 욕망을 실현하는 주체로서의 근대적 여성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일면 매혹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위험한 존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녀가 아카데미상 수상 소감에서 데뷔작 감독인 김기영을 맨 처음 언급한 것은 의미를 지닙니다. '화녀'(1971), '충녀'(1973)에서의 주체적 근대 여성의 욕망은 이후 '바람난 가족'(2003), '여배우들'(2009), '하녀'(2010), '돈의 맛'(2012) 등으로 연결됩니다. '미나리'속 순자 역은 이와 달리 '장수상회'(2015), '계춘할망'(2016), '그것만이 내 세상'(2018) 등에서도 드러난 인생의 원숙한 경지와 이에서 비롯된 연민의 정서와 연관됩니다. '죽여주는 여자'(2016)는 근대적 주체로서의 모습과 연민의 정서를 고루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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