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경계선 위의 사람들 '더 스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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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경계선 위의 사람들 '더 스파이'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05-20 16:04
  • 수정 2021-06-26 12:44
  • 신문게재 2021-05-21 9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더 스파이
영화의 원제목은 'The courier' 즉 운반원 혹은 배달원입니다. 60년대 초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 배치 등을 놓고 경쟁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른바 냉전이 악화 일로를 걷던 때입니다. 수세기에 걸쳐 세계의 패권을 쥐었던 유럽 국가들이 두 차례의 세계 대전 후 폐허가 된 뒤 새롭게 등장한 미국과 소련 두 나라가 힘을 겨룹니다.

영화는 양 세력의 경쟁과 갈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람들을 등장시킵니다. 케네디 대통령과 흐루시초프 서기장이 나오고, 정보기관인 미국의 CIA, 영국의 M16, 소련의 KGB 고위 책임자들 그리고 실무자이자 주인공인 그레빌 윈과 올레크 대령. 윗선의 사람들은 분명한 경계선 뒤편에 있습니다. 전략을 짜고 실무자를 지휘합니다. 그러나 실무자들은 경계선을 넘나듭니다.

스파이로 고용된 영국의 사업가 그레빌 윈과 오래된 미국의 정보원인 소련의 올레크 대령은 각각 소련과 영국을 수시로 오갑니다. 경계선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경계의 허구를 직시합니다. 핵전쟁이 인류의 파멸로 이어질 것은 명약관화입니다. 권력의 최고 책임자들은 거대한 명분과 이념적 선언을 동원하며 군비 증강을 정당화합니다. 그러나 경계선 위의 두 주인공에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아내와 자식. 그들에게는 평화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경계선을 넘어 평화를 지켜내려 합니다. 그러나 미약한 이들의 힘겨운 시도는 치명적 희생으로 귀결되고 맙니다.

우리나라 영화 '공작'(2018)이 떠오릅니다. 역사는 중요 인물들을 다루지만 이면에는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실상 중요 인물들은 현장에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책상 앞에 말을 할 뿐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경계선은 그들로부터 멀리 행동하는 사람들의 현장에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역사의 그림자에 숨은 영웅을 찾아내 조명하는 또 다른 역사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합니다.



영화는 아쉽게도 자유 진영인 미국과 영국의 시각을 중심으로 그려집니다. 흐루시초프의 쿠바 핵 기지 추진에 앞서 터키에 미국이 핵무기를 배치한 것을 균형 있게 다루지 않습니다. 하여 같은 주인공임에도 그레빌 윈은 영웅으로 묘사된 반면 올레크 대령은 죄인이자 희생자로 다뤄집니다. 그들은 스파이로서 영웅과 희생자였지만, 아울러 평화의 운반원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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